▼'야담 삼천리' 북한 사회과학원 엮음/현암사 펴냄/256쪽 7800원▼
작가 황석영이 당시엔 너무 어렵게 북한을 다녀온 후 지은 책제목이 '사람이 살고 있었네'였던가. 붉은색 표지의 이 책을 보라.
첫소감은 무조건 "아항~ 너무너무 재미있다"
이 책은 북한판 '고금소총(古今笑叢)'이랄 수 있겠다. 사람이야기중에 가장 재미있는 게 '음담패설'아닐까. 남자 몇 명이 모이면 반드시 나오는 주제, 첫번째 군대 두번째 여자 그리고 섹스.
북한에도 강간과 간통이 있다. 몸파는 창녀도 있다. 이제껏 우리 상식으론, 그 사회는 '경직 그 자체'였으며 '인간미 제로'였다. 그러나 이 책에 실린 100여편의 옛이야기를 보자.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도 은밀히 낄낄거리며 일상의 스트레스도 풀 것이다.
이 책은 조선조 설화집 '용재총화' '어우야담' '청구야담' 속어면순'등 30여권에 한문으로 실린 옛이야기를 북한 사회과학원이 우리말로 쉽게 풀어 엮은 것이다. 걸쭉한 입담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얼굴이 붉어지는 육담과 질펀한 해학이 숨쉬기도 하며, 권선징악에 바탕한 부패관리를 징계하는 교훈적 이야기등이 가득하다.
그러나 호기심을 자아내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Y담'이다. 고지식한 처녀에게 '꼬리맞추기'즐거움을 가르쳐준 총각이야기나, 금강산 땅벌(땡비)에게 거시기를 쏘여 퉁퉁 부은 농부의 아내는 되레 너무 좋아 빌고 빈다. 한번 더 쏘아주십시요. 배꼽을 잡는 'Y담'을 읽다보면 사람사는게 별게 아니라는 생각도 들 것이다.
재미재미해도 '그 재미'가 제일이지 않겠는가. 유식한 말로, 사람과 사람이 친해지는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는 'Y담'이상 가는게 없다. '만행'을 지은 파란눈의 스님 현각도 말한다. "나도 인간이다. 섹스 생각난다"
이 책의 의미는 하나 더 있다. 남북 대화해의 시기에 맞춰 남북한 최초의 공식협약에 따른 남북 동시출간본이라는 것이다. 이와같은 동시출판이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가기를.
"웃으면서 통일합시다"
이 책의 출간을 제의한 민족통일여성위원회 위원장의 말이었다 한다.
최영록yr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