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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리포트]유로화 하락에 美증시 몸살

입력 | 2000-10-26 19:39:00


달러화와 엔화에 대한 유로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며 유럽경제는 물론 미국 증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로화는 출범 당시 미국의 달러화를 견제할 수 있는 제2의 기축통화를 목표로 미국 달러화와 1대1의 교환 비율을 유지하는 것으로 출발했다. 또 환율의 움직임도 이러한 대원칙인 1달러대 1유로화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을 유지했었다. 이제 이러한 원칙이 무너지며 유로화의 가치가 걷잡을 수없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올 2월 1유로당 1달러를 기록한 이후 현재 0.85달러가 무너지며 0.82달러 대로 추락하면서 0.80달러선마저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유로화 출범한 이후 무려 30%가까이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9월 22일 G7의 시장 개입을 이끌어낼 당시의 환율이 0.85달러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현재의 환율은 또 다시 시장의 개입이 필요한 지경에 처한 것이다.

G7 재무장관의 합의에 따라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의 중앙은행은 공조를 통해 시장개입에 나서 유로화의 가치를 방어한 바 있다. 그 당시에도 시장은 단기간의 급반등에 성공 했으나 결국은 0.9달러 수준도 회복하지 못하고 다시 가치 하락이 진행돼 현재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몬트리올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환율 방어를 위해 다시 시장 개입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무위에 그치면서 유로화 가치 하락이 가속화됐다.

이러한 유로화의 약세는 이미 지난 주부터 예견된 사안이었다. 유럽 중앙은행의 뒤젠버그 행장은 더 이상의 유로화 개입은 적절치 않다는 견해를 밝혔고 금리도 현수준 유지를 결정해 유로화 약세를 부추겼다. 또한 최근 중동지역의 긴장 고조등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질수록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수요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금주에는 로렌스 서머스 미재무장관 조차 미국의 강한 달러 정책은 미국의 국익에 부합된다고 밝혀 유로화 가치 방어를 위한 시장 개입에 미온적인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서머스 장관의 말처럼 달러화 강세는 미국 경제를 위한 장기적인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당장 뉴욕증시의 주가는 이로 인해 고통을 받는 상황이다. 이미 올해 내내 이어진 유로화의 하락으로 인해 하반기 실적이 타격을 받은데다 유로화의 하락세가 멈추질 않고 있어 내년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

myj@sams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