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지구촌’을 향한 꿈을 펼치는 청년환경운동가 대니 서(22). 그의 자서전에는 그가 10대 시절 공공분수대에 던져진 동전을 모으고 슈퍼마켓과 커피전문점 매출액의 5%를 기금으로 적립하고 시의원에게 편지와 팩스를 보내 개인당 10달러 기부하기를 제안하는 등 ‘작은 실천’을 통해 한달간 3만달러를 모금한 일이 ‘무용담’으로 소개된다. 그런데 만일 대니 서가 한국에서 이런 일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법대로’라면 그는 최고 3년의 징역이나 최고 3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졌을 것이다. 행정자치부장관이나 시도지사의 허가 없이는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없게 돼 있는 기부금품모집규제법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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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모금기관 담당자들은 기부문화 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로 기부금에 대한 세제혜택 문제와 함께 비현실적인 기부금품모집규제법을 꼽는다. 현행 기부금품모집규제법에 따르면 모집금액이 3억원(특별시의 경우 5억원) 이하인 경우는 시도지사, 초과하는 경우는 행정자치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참여연대 하승수(河昇秀)변호사가 정보공개 청구한 결과에 따르면 근래에 행자부장관의 허가를 받아낸 건수는 1997년 3건, 1998년 5건, 1999년 21건, 2000년 상반기 6건에 불과하다.
실례로 97년 7월 행자부는 북한어린이살리기 의약품지원본부의 기부금품모집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북한어린이 구제사업은 법에서 허용된 모금 목적이 못되고 준조세 근절 방침에도 어긋난다”는 이유였다. 99년 7월 대법원이 지원본부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2년간 북한어린이 구제사업이 차질을 빚은 것은 물론이다.
게다가 이 법은 정치자금과 영화 상영이나 공연 때 관람자들로부터 징수하는 문예진흥기금은 예외로 하고 있어 형평성 시비를 빚고 있다.
이런 현실 때문에 최근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기부금품모집규제법 개정 논의가 활발하다. 지난해 9월 102개 단체가 모여 출범한 기부금품모집규제법 폐지추진위원회는 이 법의 사전허가제를 신고제로 바꾸고 모금 비용을 모금액의 2%로 규정한 것을 국제 수준인 15∼20%로 현실화하며 대신 회계감사를 철저히 하자고 주장한다.
행자부도 이 법의 개정을 검토 중이지만 사전허가제는 물러설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무분별한 모금단체의 난립을 사전에 막을 수 없으며 준조세가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월드비전(옛 선명회) 박준서(朴俊緖)본부장은 “이는 국민의 판단력을 무시하는 시각”이라며 “요즘 후원자들은 모금기관에 대해 상세히 따져보는 등 매우 성숙해 있다”고 말했다.
기부금품모집규제법의 뿌리는 6·25전쟁 중인 5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멸공구국운동 등의 이름 아래 성행하던 변칙행위를 막기 위해 제정된 것. 그러나 이 법은 98년 5월 위헌판정을 받았고 이에 앞서 행정자치부는 95년 12월30일 기부금품모집 ‘금지법’을 기부금품모집 ‘규제법’으로 개정했다.
이화여대 강철희(姜哲熙·사회복지학)교수는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모집비용에 대한 비현실적 규제는 없애는 대신 모금 당시 기부자들에게 약속한 대로 사용됐는지에 대한 사후 통제를 강화해 기부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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