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쯤 우연히 아일랜드 출신 밴드 'U2'의 음반을 구입한 적이 있다. 'The Joshua Tree'(87)라는 앨범이었는데 이들의 음악은 여느 밴드와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당신과 함께 이거나 혹은 아니거나'(With Or Without You)라는 노래에서 우울하고 쓸쓸한 베이스 기타 연주와 호소력 짙은 보컬은 가슴 저 깊은 곳을 건드렸다.
U2의 사운드는 마이클 잭슨처럼 현란하지도 마돈나 같이 섹시하지도 않다. 느낀 그대로를 솔직한 멜로디로 표현해내는 것이 이들만의 매력이다.
97년 'Pop' 앨범 발표 이후 3년간 두문불출했던 'U2'가 신작 앨범을 발표하면서 컴백했다. 아홉 번째 정규앨범에 해당하는 이번 작품의 타이틀은 '네가 어디를 가든 잊을 수 없는 U2의 모든 것'(U2 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 유니버설). 지난 25년간 선보였던 음악을 넘어섰다는 의미일까? 실제로 이들은 어느 인터뷰에서 "9집 앨범이 우리의 최고의 음반"이라고 말했다.
U2의 이번 음반을 들어보면 '복고로의 회귀'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테크노와 디스코 펑키 리듬이 주류를 이뤘던 'Pop' 앨범과는 달리 'The Joshua Tree' 음악을 듣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사운드는 한층 원숙해졌고 보컬 보노의 목소리도 더욱 깊어졌다.
타이틀곡 'Beautiful Day'는 잔잔한 키보드 연주로 시작해 전기 기타와 보노의 호소력 짙은 보컬이 절정을 이루는 노래. U2는 이 곡에 대해 "이번 앨범을 녹음하면서 최고의 곡"이라며 "가장 혁신적이고 예전에 시도하지 않았던 사운드"라고 소개했다.
'Stuck In A Moment'가 어쿠스틱 사운드로 U2의 초창기 느낌을 준다면 'Walk On'은 기타 솔로와 코러스가 매력적인 곡이다. 쓸쓸하게 느껴지는 기타 연주 속에 쓸쓸함이 묻어있는 보노의 보컬이 흐르는 'In A Little While'이나 미국 뉴욕을 2번 방문했던 기억을 노래로 옮긴 '뉴욕', 몽환적인 전자음이 나른하게 울려 퍼지는 'Grace'도 추천할만한 노래다.
U2는 새 앨범을 통해 추억의 사운드가 그들의 길임을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 데뷔 후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8800만장이 넘는 음반 판매고를 기록중인 U2는 아일랜드 분위기를 담은 록 사운드로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새 앨범 발표와 함께 세계 투어를 준비중인 불혹을 넘긴 이들의 음악 열정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9집 제목처럼 U2는 누구에게나 잊혀지지 않는 음악으로 우리 앞에 서있다.
황태훈 beetlez@donga.com
◆ 30자평: 80년대 사운드를 담금질한 U2의 슬프도록 아름다운 록 사운드. '디스코 테크'에서 '아일랜드 록'으로 그들이 돌아왔다. (황태훈)
♬ 노래듣기
- Beautiful Day
- In A Little Wh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