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식인과 한국’한상일 지음/오름 펴냄/462쪽 1만6000원▼
일본문화의 개방으로 많은 일본문화를 접하게 되는 요즘.
수작의 일본영화나 만화의 감동 뒤로 가미가제 특공대의 그림자나 집단에 대한 맹종 같은 일본 문화 특유 현상들이 어쩔 수 없이 읽혀서 씁쓸해 지곤 한다.
이 책은 한국인 심층에 내연해 있는 반일감정을 막연한 감정적 차원이 아닌 정연한 논리로 풀어나간다. 일본 지식인의 한국관이 날줄, 그것이 사회적 통념으로 어떻게 확산 되었는가의 과정을 통한 설명이 씨줄인 셈. 필자는 일본 정치사 박사답게 일본 근대사의 격동기인 19세기 후반부터 최근까지 일본의 역사와 그 속에서 일본의 한국관을 형성해 나아갔던 지식인에 대한 그림을 상세하고 분석적으로 그린다.
그 주인공들은 후쿠자와 유키치, 다루키 도키치, 요시노 사쿠조, 야나기 무네요시. 제 1부는 이들 4명 지식인의 성장과정,세계관과 이들의 한국관이 일본 사회에 뿌리내리기까지의 과정을 묘사한다. 단순히 지식인 각자의 한국관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당시의 일본사회 실정과 이에 맞물린 국제 정세, 격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서술해 놓아 독자들에게 읽는 재미를 더한다.
한국 문화 고찰과 연구를 통해 정치,사회적 서술 뿐만 아니라 정신적 탯줄까지 건들인 것 또한 이책의 장점.
2부는 한국관의 원형들이 전후에 어떻게 변형되어 일본사회와 한국에 영향을 미쳐왔는가에 대한 설명이다. 주로 언론 매체에 공개된 일본지식인이 보여주는 한국인의 상에 대한 지적.
3부는 최근까지도 동북아시아의 공동체의 안정과 공동번영의 이면에 깔려있는 일본에 대한 불신과 경계들, 예를들면 위안부나 교과서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정립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딜레마의 해결로 필자는 일본이 책임과 사죄를 확실히 해야만 미래의 공동번영이 담보될 수 있다는 사뭇 유쾌한 결말을 내린다. 사죄의 주체를 알 수 없는 모허한 사죄가 아니라 도덕적 도의를 바탕으로 한 마음으로 사죄만이 두 나라의 선린을 위해 추구해 나가야 할 원형이라는 주장.
필자의 또 다른 저서로는 ‘일본제국주의의 한 연구’ ‘일본군국주의 형성과정’ ‘일본의 국가주의’ 등이 있다.
민진기jinki200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