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노릇을 어떻게 ‘나만의 인생’에 대한 요구와 일치시킬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에 대한 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제목 끝에 달린 물음표처럼 암담한 결론이다. 그만큼 ‘여성의 삶’과 ‘아이’의 문제는 복잡하다. 저자는 ‘위험사회론’으로 유명한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의 아내이자 남편과 함께 저술한 ‘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새물결)으로 가족과 사랑의 문제를 깊이 있게 다뤘던 독일 에어랑엔대 사회학과 교수.
남편과 아이를 위한 희생과 양보를 의무이자 미덕으로 여겼던 ‘여성’이 ‘자신의 인생’과‘아이’ 사이에서 선택의 고민을 하게 된 것은 대체로 자본주의의 발달과 함께 사회 경제적으로 큰 변화를 겪게 된 19세기부터다.
어머니의 ‘희생’된 인생을 보며 자란 여성들은 ‘나의 인생’과 아이를 대립관계로 보며 여성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아이의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나의 인생’에 대한 자각이 확산됨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출산은 포기하지 않는다.
엘리자베트 벡은 그 이유를 아이가 ‘나의 인생’의 완성에 주는 의미에서 찾는다. 실제로 아이의 출산과 양육을 통해 어른들의 사회에서 얻지 못하는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내와 침착함, 배려와 감정이입 능력, 부드러움, 개방성, 친밀감 등 과학기술문명 속에서 고통스럽게 놓치게 되는 소중한 능력을 아이와의 교류를 통해 재발견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젊은 시절의 경제적 시간적 압박, 활동의 제약 등 ‘나의 인생’과 ‘아이’를 공존시키는 데 장애가 되는 요인은 여전하다. 관건은 사회가 사적인 것으로 치부되는 이런 장애 요인을 얼마나 감당해 주는가에 있다.
독일 통일 후에 동독 여성의 출산율이 급감해서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하는 저자는 “인간적 원리에 따라 조직된 사회, 육아가 여성의 개인적 문제라고 밀쳐내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아이의 성장을 돌보는 일이 일반적 공적 우선권이 되는 사회”를 기대한다.
▽엘리자베트 벡-게른 스하임 지음/이재원 옮김/280쪽/1만원/새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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