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헤이안시대(794-1185) 대군의 바둑 교사였던 후지와라노 사이는 바둑만을 사랑하던 인물. 또 한 사람의 바둑 교사의 음모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자살한 그는 '신의 한 수' 라고 불리는 묘수를 깨닫지 못한 까닭에 승천하지 못하고, 바둑판에 영혼이 깃들어 세월을 보낸다. 국민학교 6학년인 히카루는 사회시험에서 8점(!)을 맞아도 아랑곳하지 않는 철 없는 장난꾸러기. 그런 히카루가 우연히 바둑판 속에 잠들어 있던 유령 사이를 만나게 되면서 즐거운 바둑 만화 은 시작된다.
사이를 만나기 전까지 바둑돌 한 번 잡아본 적 없던 히카루는 바둑이 두고 싶다고 졸라대는 사이의 성화에 못 이겨 동네 기원을 찾는다. 그곳에서 사이가 두는 대로 바둑돌을 옮겨 주던 히카루와 승부를 벌이게 되는 건 일본 최고의 바둑 명인 도우야의 아들 아키라. 신동이라 불우고, 스스로도 바둑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아키라는 히카루와의 대국에서 패배한다.
바둑돌을 놓는 손놀림조차도 어설픈 동갑내기 히카루가 '신의 한 수'에 가까운 바둑을 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아키라는 끈질기게 히카루에게 도전하지만, 자신이 둔 바둑이 아니라는 사실에 마음이 불편한 히카루는 아키라를 피하기만 한다. 어느새 바둑의 세계에 빠져든 히카루는 중학생이 되면서 조금씩 자신만의 바둑을 두기 시작하는데….
(원제 :GO! ヒカルの碁)은 소년들의 바둑을 향한 열정과 드라마틱한 묘수들을 크고 작은 바둑 승부를 중심으로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오바타 타케시의 깔끔하면서도 아기자기한 그림체가 바둑이라는 전문성 있는 소재를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소화해 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스토리 작가인 훗타 유미가 일본기원 프로 2단 미녀기사 우메자와 유카리의 감수를 받아 내용의 완성도를 높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다.
자신도 모르는 비범한 능력이 나에게도 있는 게 아닐까 싶은 기대를 누구라도 한번쯤 해 봤기 때문일까? 평범한 주인공이 새로운 분야를 접하고, 천재적 소질을 발휘하기 시작한다는 패턴의 소년만화는 언제나 즐겁다. 뻔한 이야기인줄 알면서도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는 모습들이 사랑스럽고, 서로의 손을 잡아 이끌고 격려하는 마음도 가슴 찡하다. 역시 그런 소년만화다운 플롯들과 미형 소년 캐릭터들로 보는 재미를 더하면서도 굳이 극단적인 선악 대립구도를 이용하여 승패를 가르지 않아 자연스럽다.
‘신의 한 수’에 도달하게 되는 최후의 승자는 과연 누구일까. 에피소드 중간중간 등장하는 바둑 상식들을 배워 나가다 보면, ‘신의 한 수’가 누구보다도 먼저 여러분에게도 보일 지 모른다.
김지혜lemonjam@now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