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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출판통신/파리에서]소년병사가 본 전쟁의 아픔

입력 | 2000-10-27 18:55:00


올 노벨문학상이 남프랑스의 작은 출판사에서 작품을 낸 중국 출신 작가에게 돌아가 이변을 맞은 프랑스 출판계가 이제는 국내문학상으로 긴장 상태다.

이번주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대상을 선두로, 공쿠르와 르노도상이 다음주 초에, 그리고 11월 첫 월요일에는 여성작가들이 뽑은 훼미나상과 메디치상이, 이어 기자들이 주는 엥테르알리에상이 발표된다.

그런데 훼미나 외국어 번역소설 부문의 마지막 세번째 선발에 뽑힌 5편 중에 한국 작가 이승우씨의 ‘생의 이면’도 끼어 있어, 이번에는 우리도 문학상 소식을 강 건너 불 바라보는 식을 넘어 기대 속에 기다리게 됐다. 또한 프랑스어 소설에 수상하는 훼미나와 공쿠르상 후보에는 아프리카 작가가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아마두 쿠루마는 1927년 코트디브와르 태생으로 프랑스에서 계리사 공부를 한후, 알제리아 카메룬 토고에서 오랜 망명 생활을 보냈다. 1994년부터 고국에 돌아가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1970년 첫 소설 ‘독립의 태양’으로 아프리카의 중요 작가로 인정받는다. 과거 프랑스 식민정책을 우화시킨 이 소설은 식민국에서 거절당하고 캐나다에서 나왔으나, 벨기에 한림원상을 받으며 몇 년 후 프랑스의 대표적 좌파 출판사인 쇠이으에서 나왔다. 20년의 침묵을 깨고 나온 ‘몬네, 모독과 도전’은 신인권상과 아프리카 대상을, ‘야생동물의 투표를 기다리면서’는 프랑스 문인협회 대상과 리브르 엥테르상을 지난해 수상했다.

올 9월에 출판, 주요 소설상 대상에 오른 ‘알라신은 의무가 없다’는 그의 네 번째 소설이다. 제목을 풀이하자면, ‘알라신은 그의 창조물에 정당할 의무가 없다’. 제목이 시사하듯, 이 소설은 미국에서 해방된 흑인 노예들이 세운 국가 리베리아와 시에라레온 사이의 전쟁에 ‘어린이 병사’로 휘말려 들어가게된 한 어린 소년의 눈을 통해 인간 막바지의 절망적, 자포자기적 상황을 그리고 있다.

같은 프랑스어권임에도 불구하고 의미가 상통하지 않는 두 세계, 즉 아프리카 토착민과 서구인에게 동시에 이해될 수 있도록 소년은 이야기 중에 몇 개의 사전을 번갈아 이용해가며 프랑스인의 낯선 프랑스어 그리고 자신의 동족어와 고유풍습에 주를 단다. 그런데 지리멸렬해야 할 괄호 속의 이 설명들은 두 문명의 격차를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웃음과 울음을 자아낸다. 아울러 서양화되지 않은 언어는 아프리카의 자긍심과 보존에 대한 강한 의지를 전달하여 뭉클한 감동을 일으킨다.

▽아마두 쿠루마 지음/쇠이으 출판사▽

조혜영(프랑스 국립종교연구대학원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