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증권사들이 최근 원/달러 환율을 잇따라 상향조정하고 있다. 적어도 내년상반기까지는 원화약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들의 원화약세전망 이면에는 내년도 경제성장률 둔화와 기업·금융구조조정의 지연으로 국내증시가 상당기간 약세를 지속할 것이란 견해가 녹아있다. 조속한 시일안에 주식시장의 반등을 기대하는 국내투자자들을 우울케 하는 전망이다.
골드만삭스증권은 27일 3개월, 6개월, 12개월 원/달러 환율전망을 수정제시했다. 수정환율은 3개월 1150원(이전 1100원), 6개월 1175원(이전 1025원), 12개월 1150원(이전 1000원) 등이다. 기존보다 모두 원/달러 환율을 상향조정했다. 28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33.7원에 마감됐다.
하반기부터 가계소비의 급격한 감소 등으로 경제성장 둔화가 예상되고 DRAM가격하락과 고유가 등으로 내년도 경상수지흑자폭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라고 골드만삭스증권은 밝혔다. 29일 발표된 통계청의 '9월 산업활동 동향'은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생산과 내수증가율이 20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국내경기가 정점을 지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ABN-AMRO증권도 26일 올연말 원/달러 환율을 1110원에서 1170원으로 상향조정했다.
민간부문의 소비와 국내기업의 설비투자 감소 등에 따른 내년도 경제성장률 둔화를 수출증가로 상쇄하려고 원화 약세를 한국정부가 용인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내년도 64Mb DRAM의 평균가격이 올해 6달러에서 4.6달러로 하락하는 등 교역조건의 악화를 원화약세로 극복하기 위해선 원화 평가절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살로만스미스바니증권(SSB)도 원화약세에 대한 한국정부의 태도가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전제하면서 연말까지 1150원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딘위터증권(MSDW)도 외부환경의 악화와 기업과 금융구조조정에 따른 위험 등이 평가절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경제를 포함한 세계경제의 성장률 둔화 등으로 원화약세를 예상했다. 여기다 DRAM가격하락과 고유가 등도 경상수지를 축소시킬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한 구조조정 지연으로 외국인 직접투자의 감소도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외국인들의 순매도 전환도 원화 약세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판단아래 MSDW는 원/달러환율이 점차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증권사들의 전망처럼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국내주식시장에는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환차손 증가에 따른 외국인투자자금 감소와 국내기업의 외화부채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이 우려된다.
외국인 입장에선 환차손 위험이 커져 적극적인 투자를 어렵게 한다. 주식투자에서 이익을 내더라도 본국에 송환할 때 원화약세로 총투자수익률에서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이같은 환차손위험을 보전하기 위해선 잠재상승여력을 지금보다 더 크게 요구해야 하므로 투자대상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감소가 불가피하다.
원화약세는 또한 국내상장기업들의 순이익 감소를 가져와 주가하락요인으로 작용한다.
국내상장기업들이 올 상반기 부담하고 있는 외화부채는 모두 34조원(290억달러). 이것은
외환위기직전의 28%보다는 적지만 국내상장기업 전체 부채의 15%에 해당되는 액수다.
골드만삭스증권은 외화부채의 1%가 줄 때 국내상장기업은 3300억원의 순이익이 증가한다고 분석한다. 반대로 환율이 15%상승하면 상장기업 순이익은 21%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원/달러 환율상승전망은 '국내증시가 계속해서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는 외국계증권사들의 견해를 외환시장을 통해 표현한 것이라고 받아들 일 수 있다.
박영암 pya84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