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코어 그룹 ‘림프 비즈킷’의 바람이 거세다.
25일 나온 3집 ‘Chocolate Starfish And Hot Dog Flavored Water(초콜릿 색깔의 불가사리와 핫도그 냄새가 나는 물)’이 5일만에 3만5000장 판매를 기록했다. 한국에서 팝 음반이 이처럼 나간 것은 ‘메탈리카’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 정도다. 음반사 유니버설측은 “당초 주문을 예상하지 못해 물량이 모자란다”고. ‘림프 비즈킷’은 미국에서도 일주일만에 105만장이 나가 11월4일자 빌보드 음반차트에서 1위가 확실시 된다.
음반 타이틀은 보컬 프레드 더스트가 키우는 관상용 불가사리에서 따온 것이다. 초콜릿 색깔의 불가사리를 키우는 어항에서 핫도그 냄새가 난다는 뜻.
‘림프 비즈킷’은 서태지가 솔로 2집을 내면서 소개했던 ‘핌프(Pimp·포주 악당 한량) 록’의 원조격이다. ‘핌프 록’은 하드코어(록+힙합)의 부속 장르로 하층 백인(White Trash)의 밑바닥 생활과 개인적인 불만을 늘어놓는 게 특징이다. 서태지도 “‘림프 비즈킷’ 같은 그룹의 음악은 나보다 훨씬 앞서 있다”며 들어보기를 권했다.
‘림프 비즈킷’의 노래는 불만 투성이다. 수록곡 ‘핫도그’‘마이 제너레이션’ 등의 가사에서는 욕설이 반복된다. 한국에서도 ‘18세 이상 이용가’ 등급이 매겨져 있다. 음악적으로도 극단적인 기계 사운드와 파열음, 공격적인 샘플링 등으로 기성세대가 들으면 ‘음악’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다.
‘림프 비즈킷’의 음악은 백인의 불만이 하드코어로 터져 나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백인 음악인 록 진영이 90년대 대중음악을 주도했던 힙합을 통해 록 고유의 저항 정신을 담아내고 있다는 해석이다. 유니버설의 오윤성 과장은 “백인으로 빈둥빈둥 살아가는 게 뒷골목 흑인보다 더욱 비참하다는 의식이 이들 음악의 저변에 깔려 있다”고 말한다.
‘림프 비즈킷’의 음악적 특징은 록과 힙합의 세련된 접목. ‘림프 비즈킷’은 양자의 조화를 추구하는 한편 기타 사운드는 힘과 유연함을 함께 지니고 있다. 특히 멜로디를 강조하는 등 대중음악의 기본 틀을 파괴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림프 비즈킷’의 바람은 당분간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서태지 효과’도 크게 작용하고 있는데다 이같은 장르가 댄스 일변도의 가요계에 대한 갈증을 씻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림프 비즈킷’은 내년초 추진되고 있는 내한 공연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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