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준 게이트’를 계기로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저가발행이 다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BW는 CB(전환사채)와 함께 기업 자금조달이라는 본래목적에서 벗어나 대주주의 축재 및 편법상속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기업들도 감독규정이 허술한 것을 틈타 과거 대기업이 사용했던 수법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환(행사)가격 규정을 고쳐 저가발행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발점은 삼성그룹〓삼성SDS는 작년 2월 BW 230억원(행사가격 7150원)을 발행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씨는 이중 채권 44억5889만원, 신주인수권 2억4111만원을 인수했다. 발행직전 삼성SDS 장외가격은 5만4750∼5만7000원(액면가 5000원)이어서 행가가격 7150원은 시세에 비해 너무 낮았다. 현재는 1만8000∼1만9000원(액면분할후 500원 기준)에 거래되고 있다.
이재용씨는 지난 2월27일부터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금액은 주당 5만4750원(320만주)을 적용할 경우 1500억원이나 된다. 참여연대는 이같은 저가발행이 이재용씨의 삼성그룹 상속과정과 관련이 있다며 작년 11월 삼성SDS 임원들을 배임혐의로 고소했다.
▽동양그룹은 해외BW 활용〓동양그룹 현재현 회장의 동양메이저(옛 동양시멘트) 지분율은 98년말 6.03%에서 현재 21.03%로 높아졌다. 여기에는 해외BW발행후 채권은 빼고 신주인수권만 싸게 인수한 것이 주효했다.
동양메이저는 작년 5월 해외BW 3000만달러를 발행했고 현 회장은 작년 8,10월 두 번에 걸쳐 신주인수권만 291만4654주 매입했다.
해외BW는 통상 주가하락에 따른 행사가격조정(리픽싱.Refixing) 조항이 붙어있다. 동양메이저주가가 행사가격은 발행당시 8700원에서 작년 11월 6000원, 올 5월에는 5000원으로 조정됐다.
이에따라 신주인수권도 늘어나 47만9250주로 늘어났다. 즉 주가가 떨어질수로 현 회장 지분율은 높아지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 것.
▽코스닥기업의 흉내내기〓BW 저가발행은 비단 유일반도체 뿐만이 아니다. 텔슨전자도 작년 6월 ‘만기 45년 연 10.8%’ 조건으로 BW 120억원을 발행했다.
이는 김동연 사장이 전량인수했으나 채권가격을 현재가치로 할인해 실제납입금액은 1억8‘82만원에 불과했다. 행사가격도 6450원으로 시가(9300원)보다 크게 낮았다. 서울시스템이 발행한 BW 80억원도 한국기술투자(KTIC)가 1억원에 인수해 전현직 전현직 대표이사에게 넘겼다.
코스닥기업은 특히 작년 8월 이전에는 CB 및 BW 관련규정이 전혀 없어 대주주만 배불리는 저가발행이 판을 쳤다.
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