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엄마가 정자와 난자를 통해 아기에게 넘겨주는 것은 각자의 유전자를 담은 DNA 한 벌 밖에 없다. 따라서 정자와 난자 안에는 뇌와 심장 등의 각종 장기를 만들어 사람의 형태를 띠게 하고 기능을 발휘하게 하는 유전자가 들어 있다.
이를 발생유전자라 하는데 이들이 질서있게 상호작용하여 수정란으로부터 세 개의 판을 만들고 이로부터 세포의 분화와 이동이 진행되어 각종 장기를 만들고 사람의 패턴을 갖게 되는 것이다.
발생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사산하거나 기형아를 낳게 된다. 예를 들면 UDF―1 발생유전자가 소실되면 심장과 얼굴을 형성하는데 필수적인 단백질이 파괴되어 심장과 얼굴, 흉선의 기형을 동반하는 디조지증후군이 생긴다.
발생유전자 연구는 1995년 노벨상 수상자인 루이스, 뉴스라인―폴하르트, 뷔샤우스에 의해 초파리의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메오틱 유전자가 발견되면서 돌파구가 열렸다. 이후 작년 한해 동안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의 발생에 관계하는 Lhx5 유전자, 눈의 발생에 관여하는 Pax6 유전자, 심장 판막과 혈관 형성 등에 관여하는 Madh6 유전자 등이 속속 발견되었다.
건강한 아기를 낳는 것은 모든 부부의 소망이기 때문에 일찍부터 태아의 기형을 알아내는 각종 검사법이 시행되어왔다.
현재의 유전자검사 기술로 임신 초기의 유전자 검사까지도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까지 발생유전자에 대한 지식이 많이 축적되어 있지 않아서 유전자 이상이 잘 연구된 몇몇 유전질환을 제외하고는 의학적으로 문제되는 기형을 다 찾아낼 수 없다는데 있다.
한편 오랫동안 시행되어온 염색체 검사로는 염색체의 수나 구조 변화 같은 커다란 이상으로 생겨나는 질병만을 찾아낼 수 있고 발생유전자의 작은 이상으로 유발되는 선천성기형은 발견할 수가 없다.
기능 유전체학의 발전으로 기형을 유발하는 유전자에 대한 지식이 충분히 축적되어 산전 유전자 검사로 이들을 미리 찾아낼 수 있는 것은 물론 태내 유전자치료법으로 기형의 태아를 치료까지 하여 건강하게 태어나게 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진단병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