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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선택2000]유례없는 대혼전…정가-재계 뒤숭숭

입력 | 2000-11-01 18:48:00


‘짙은 안개 속에 싸인 미국 대통령선거.’7일 실시되는 대선에서 누가 당선될 것인지 좀처럼 예측할 수 없는 혼전이 계속되면서 공화 민주 양당의 선거 캠프를 포함한 정치권은 물론 투자가와 여론조사기관 등이 덩달아 혼란에 빠져 갈팡질팡하고 있다.

미국의 일간지 USA투데이와 CNN방송, 여론조사전문기관인 갤럽이 공동으로 매일 실시하는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동절(9월4일) 이후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의 우열이 뒤바뀐 것이 모두 8번이나 됐다.

미 대선에선 전통적으로 노동절 무렵에 유권자들이 누구를 찍을 것인지를 결정, 노동절 직후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인 후보가 결국 당선되는 것이 통설이다. 근래에 치러진 대선에서 노동절 직후 후보간 지지도가 바뀐 전례는 80년 대선 때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후보가 민주당의 지미 카터 후보를 막판에 역전승을 거둔 것이 유일하다.

이번 대선 전망이 거의 ‘장님이 점을 치는’ 수준으로 불확실해지는 바람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분야는 역시 정치권.

워싱턴 정가에선 통상 요즘처럼 대선을 코앞에 둔 무렵이면 집권이 예상되는 당내에서 차기 행정부의 조각과 임명직 연방 고위 공무원의 충원을 놓고 한창 논공행상이 벌어지는 게 보통이지만 올해는 어느 당도 미리 ‘김칫국’을 마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공화 민주 양당은 가장 득표에 도움이 되는 지역에서 마지막 총력 유세를 펼치기 위해 후보들의 유세일정을 비밀에 부친 채 판세분석에 따라 수시로 이를 변경하느라 정신이 없다.

뉴욕 월스트리트에서도 투자가들이 어느 종목에 투자해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선거 결과가 나오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상태.

월가에서는 대체로 대기업에 우호적인 부시 후보가 당선될 경우엔 전반적으로 주가가 상승하고 고어 후보가 당선될 경우엔 특히 그가 비판해 온 제약회사 등의 주가가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들쭉날쭉 하는 여론조사 결과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여론조사기관들은 오차의 범위를 줄이기 위해 모집단의 크기를 늘리는 한편 여론조사는 현단계에서 유권자들의 생각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일 뿐 선거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하느라 바쁘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선을 계기로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된 전화 및 인터넷 여론조사는 사양길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일반 유권자들은 각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는 우편물과 E메일이 쇄도하는 바람에 역시 선거에 대해 넌더리를 내고 있다.

eligius@donga.com

▼핼러윈 가면 판매량 보면 승자 보인다▼

‘핼러윈 가면 판매 결과를 보면 누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될 것인지를 알 수 있다.’

미국에서 추수감사절과 함께 중요한 축제로 여겨지고 있는 ‘핼러윈 데이(10월 31일)’를 맞아 조지 W 부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가면이 경쟁자인 앨 고어 민주당 후보의 가면보다 훨씬 많이 팔렸다. 가면 판매업체는 이것이 부시의 당선을 예고한다는 풀이를 내놓았다. 여기에는 그럴듯한 근거가 있다. 1980년부터 96년까지 치러진 5번의 대선에서 핼러윈 데이에 가면 판매량이 앞선 후보가 모두 대통령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위스콘신주 워키쇼에 있는 세계 최대의 핼러윈 복장 온라인 판매업체인 바이코스튬스닷컴(Buycostumes.com)에 따르면 지난 2개월간 두 후보의 얼굴을 본 뜬 마스크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부시 58%, 고어 42%로 나타났다.

과거 사례를 보면 80년 로널드 레이건 60% 지미 카터 40%, 84년 레이건 68% 월터 먼데일 32%, 88년 조지 부시 62% 마이클 듀카키스 38%, 92년 빌 클린턴 41% 조지 부시 39% 로스 페로 20%, 96년 클린턴 56% 밥 돌 40%의 비율로 많은 가면이 판매된 후보가 당선됐다.

특히 바이코스튬스닷컴은 위스콘신 등 올 대선의 당락을 좌우할 경합주(州)에 7개 점포를 갖고 있어 이번 대선 결과를 ‘정확하게’ 예고했다고 주장했다.한편 지난달 31일 공개된 여론조사에서도 부시 후보의 우세가 지속됐다. USA투데이―CNN―갤럽이 투표 예상자 218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시 47%, 고어 44%로, MSNBC―로이터통신 조사에선 부시 45% 고어 42%로 나타났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지는 선거인단은 부시가 217명(25개주), 고어가 214명(14개주)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