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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재테크]증시불안기엔 가치주가 안전

입력 | 2000-11-01 18:57:00


92년 서태지와 아이들 이라는 그룹이 데뷔했을 때의 일입니다.

서태지가 들고 나온 장르는 랩. 당시만해도 국내 가요계에서는 무척 생소한 장르였죠.

서태지는 난 알아요 가 담긴 테이프를 들고 음반기획사를 차례로 노크했지만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하지만 서태지는 끝내 자신과 랩의 가능성을 알아준 음반사를 찾아냈고 이 음반사는 그야말로 떼돈을 벌었습니다.

성장주인가, 가치주인가?

올 한 해 증권업계에서 꾸준히 반복돼온 이 논쟁입니다.

당시 그 음반사는 말 그대로 성장주에 투자를 한 셈입니다.

성장주란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나가는 종목을 가리킵니다. 즉 현재 수익이 높지 않더라도 미래에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업체들이죠.

최근 인터넷 관련주의 부각으로 성장주라는 단어가 새삼 주의를 끌었지만 각 시대별로 성장주는 존재했습니다. 70년대에서 볼 때는 반도체주, 80년대에선 통신주를 성장주로 볼 수 있지요.

가치주는 이와 반대입니다.

미래 성장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현재 기업가치에 비해 저평가돼있는 주식을 말합니다.

투자심리가 위축될 때 가치주가 많이 생겨나는데 성장주에 비해 주가 변동폭이 크지않아 주로 방어적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편이죠.

가치주와 성장주를 구분하는 가장 일반적인 기준은 주가수익비율(PER)입니다.

주가를 주당순익으로 나눈 수치지요.

가치주는 PER가 낮은 편입니다. 성장주가 많이 포진한 코스닥시장의 평균 PER가 거래소보다 높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라면 성장주, 위험을 최소화하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투자를 하겠다는 사람이라면 가치주에 투자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는 대박 을 노리고 인터넷관련 기업등 성장주에 집중투자했던 투자자들이 가치주쪽으로 돌아가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합니다.

3·4분기에 설립된 주식형 펀드 가운데 가치주 펀드가 1·4분기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성장주는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이어서 그 가능성이 구체화되지 않으면 종이쪽으로 전락합니다.

현재처럼 불안정한 증시에서는 무턱대고 가능성에 매달리기는 위험하다는 것이죠.

가치주 신봉자들은 이렇게 말할겁니다.

서태지의 랩 이후 레이브, 갱스터랩, 힙합, 테크노 등 수많은 성장주 형 장르들이 쏟아져나왔지만 가치주 형 장르인 발라드만큼 수명이 길지는 못했어.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