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야구장에 팬의 발길이 뜸해지는 이유 중 하나는 ‘빅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과거 ‘최동원 대 선동렬’ 등 당대를 호령하는 특급투수의 선발 맞대결은 팬들을 흥분시켰다. 하지만 ‘공 좀 던진다’하는 투수들이 너도나도 해외로 빠져나간 뒤부터 진정한 에이스들의 맞대결은 좀처럼 보기 힘들었다.
이런 점에서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한국시리즈 3차전은 관심거리다. ‘최고와 최고의 대결’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대는 다승왕 정민태를 내세웠다. 정민태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선발투수. 두산전에 다소 약했고 컨디션이 안 좋아 1차전이 아닌 3차전 선발로 뛰게 됐다.
두산은 마무리 투수 진필중의 선발 전격투입이 유력시된다. 두산 코칭스태프는 “진필중 아니면 외국인 투수 파머 둘 중 하나”라며 3차전 선발을 정확히 못박지는 않았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 박명환이 마무리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 내고 있고 △진필중이 한국시리즈에서 한번도 등판하지 않았으며 △파머가 정규시즌 현대전 4경기에서 2패, 평균자책 4.24로 부진해 신뢰가 떨어진다는 점에서 진필중 쪽에 훨씬 무게가 실리고 있다.
2연패로 몰린 두산으로선 불안한 파머보다는 팀의 기둥투수인 ‘진필중 카드’가 최선의 대안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진필중은 2승3패로 몰린 95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완투승을 따내 두산(당시 OB)에 극적인 역전우승을 안겨준 전력이 있다.
이 대결이 이뤄진다면 올 시즌 ‘다승왕과 구원왕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팬의 구미를 돋우기에 충분하다. 둘은 최고시속 145㎞이상의 빠른 공을 뿌리는 정통파 투수. 팬들은 이런 대결을 보고싶어 한다.
2차전 후 불거진 현대의 ‘사인 훔치기’ 의혹에 흥분하고 있는 진필중은 “스포츠맨 정신에 위배되는 플레이를 하는 팀은 응징해야 한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어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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