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측이 지난 10월 인사이동에서 성희롱 사건과 관련한 노동부 징계대상자를 오히려 타업장 책임자로 발탁한 사실이 밝혀졌다.
사상 최대 규모의 성희롱 사건으로 관련자 32명에 대해 지난 10월 14일 노동부로부터 징계지시를 받고, 12명이 손해배상청구소송에 계류 중인 롯데호텔은 지난 10월 25일 정기전보인사를 단행했다.
롯데호텔은 이 인사에서 노동부 징계대상자 32명 중 22명을 전보발령했으며, 이 중 부점장 D씨, 부지배인 S씨, 지배인 K씨 등 3명이 각각 점장, 지배인, 업장책임자로 임명된 것을 비롯해 총 17명이 타업장 책임자로 자리를 옮겼다.
롯데호텔측의 이러한 전보발령은 실제 직급 승진은 아니지만, 호텔 업무상 업장 책임자가 직원 인사고가 책정, 아르바이트생 인사권 등 막강한 권한을 모두 가지게 되는 것으로 사실상 승진과 다름 없다는 것이 호텔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롯데호텔측은 이번 인사에 대해 "성희롱 관계로 징계 통보를 받았지만, 전보발령과는 무관한 것"이라며 "억울하다는 사람이 너무 많고, 이 때문에 회사 업무가 지연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조측은 "이러한 인사이동은 성희롱과 관련된 노동부의 징계지시를 무시하는 것이며 앞으로 징계를 안하거나 하더라도 시늉만하겠다는 의사표시로 봐야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롯데호텔은 지난 9월 29일자 승진발표에서도 성희롱과 관련해 노동부의 조사를 받고 있던 과장대리 Y씨, 부지배인 S씨, 계장 D씨, 사원 K씨를 각각 과장, 지배인, 과장대리, 계장으로 승진시켰으며, 성희롱과 관련해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 12명 가운데 차장 L씨는 부장, 과장대리 S씨는 과장, 사원 H씨는 계장 등 총 8명도 1급씩 승진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노조측은 "성희롱 사건과 관련한 민사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들 가운데 여직원 L씨 등 4명은 현재 가해자와 같은 업장에 근무하고 있으며, 고소를 취하하라는 회유와 압박을 받고 있다"며 "피해자 보호차원에서 보다 실질적인 부서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롯데호텔 노사는 지난 8월 협상에서 노사가 각각 7인씩 참여하는 '성희롱 고충처리위원회'를 1개월 내에 구성키로 합의했으나, 아직까지 단 한차례의 회의도 갖지 못한 상태이다.
최건일/동아닷컴 기자gaegoo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