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경기에 강하다’는 평을 듣는 선수들이 있다. 이 말은 곧 ‘큰 경기에 약한’ 선수도 있다는 뜻이다. 평소에는 잘 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제 몫을 못해주면 스포트라이트는 멀어지기 마련. 현대와 두산이 벌이는 한국시리즈에서도 실력 발휘를 못해 전전긍긍하는 선수들이 있다.
올 시즌 수위타자인 현대 박종호는 1,2차전에서 이틀째 무안타. 9차례 타석에 나섰으나 안타를 뽑아내지 못했다. 9타석중 사사구가 2개, 희생 번트가 2개. 결국 4타수 무안타인 셈이지만 찬스에서 번번히 번트를 댄 것 역시 ‘타격왕’의 자존심을 구긴 일. 게다가 2차전에서는 경기 도중 대타로 교체되기까지 했으니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 매 경기 안타를 몰아치며 현대를 한국시리즈로 이끈 박종호의 속이 답답하지 않을 리 없다.
플레이오프에서 1할대 타율(0.176)이었던 박재홍이 한국시리즈에 들어와 타율 0.429를 기록하며 펄펄 날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두산은 ‘증세’가 더욱 심하다. 무엇보다도 ‘흑곰’우즈의 부진이 걱정. 우즈는 포스트시즌들어 실력과는 거리가 먼 실망스러운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시즌 타율 0.315, 홈런 39개. 두산 부동의 3번 타자 로 활약해온 우즈는 그러나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서 28타수 4안타, 타율 0.143의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4년 연속 재계약에 성공한 최고의 용병 이지만, 포스트시즌에서 만큼은 ‘최악의 용병’이 됐다.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인 심정수 역시 한국시리즈에서는 중심 타자 역할을 못 해줬다. 8타수 무안타. 플레이오프에서도 3안타 밖에는 뽑아내지 못했으나 그 3안타가 모두 결승 홈런이어서 최우수선수에 올랐다. 그 여파 때문인지 한국시리즈에서 부쩍 스윙이 커진 모습. 김인식 감독도 “심정수가 욕심을 버리고 타격했으면 좋겠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과연 이들이 남은 한국시리즈에서 방망이를 고쳐 잡고 강타자의 면모를 다시 발휘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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