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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현장진단]"한강유람선 다시 타고싶지 않네요"

입력 | 2000-11-02 19:35:00


《“선실에서 구워 파는 오징어 냄새를 참느라 혼났습니다. 또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안내방송이나 팸플릿은 물론 편의시설이 전혀 없어 불편했어요. 다시 타라면 글쎄….” 1일 오후 4박5일 일정으로 한국관광에 나선 일본인 가네다씨(45)는 처음 타 본 한강유람선에 대해 ‘낙제점’ 수준이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내년 ‘한국 방문의 해’와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를 앞두고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코스인 한강유람선이 국내외 관광객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이면에는 당국의 관리소홀로 인한 미흡한 안전대책, 업주들의 부실한 서비스와 ‘바가지 상혼’이 자리잡고 있다.》

▽기초 안전수칙의 부재〓관련법상 유람선 출발 전 승무원은 반드시 승객들이 작성한 승선신고서를 수거해야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승선신고서는 각종 사고발생시 탑승객의 신원확인을 위한 중요한 자료. 그러나 1일 오후 한강 여의도선착장을 출발한 유람선의 탑승과정에서 승선신고서를 확인하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었다.

또 선실의 좌석 밑에 비치된 구명조끼는 수북히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승객들이 버린 과자봉지와 함께 구겨진 채 방치되―고 있었다. 출발 전 비상시 구명조끼 사용법에 대한 VTR상영 규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92년 서해 훼리호 침몰사고 이후 승선신고서 관련규정이 강화됐지만 사실상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구명조끼는 정기적으로 관리상태를 확인해 교체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바가지 상혼〓유람선 내 매점에서 판매 중인 각종 과자류는 가격이 시중보다 2, 3배나 비쌌다. 소비자가격 1000원인 감자칩과 전자레인지용 팝콘이 각각 2000원과 2500원에, 500원짜리 꿀차는 2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바가지 상혼’은 유람선 선착장의 매점도 마찬가지. 400원짜리 생수가 1000원, 700원짜리 과일음료가 1300원 하는 등 시중보다 가격이 훨씬 높았다.

이날 가족과 함께 유람선을 탄 이용근씨(35·서울시 마포구 도화동)는 “매점의 물품가격이 너무 비싸 미리 사 갖고 왔다”며 “2배 이상 비싸게 받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미흡한 편의시설〓평균 300∼400석 규모의 유람선의 유일한 편의시설은 3평 남짓한 매점이 전부. 선내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안내방송은커녕 한강을 소개하는 관광책자나 팸플릿도 전혀 비치돼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승객들은 1시간 동안 창 밖만 바라보며 ‘무료한 관광’을 해야 하는 실정. 한편 선체의 낡은 조명등 주위는 곳곳이 거미줄이 쳐진 채 방치돼 승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런 한강유람선의 ‘현주소’를 반영하듯 해마다 승객수는 큰 폭으로 줄고 있다. 86년 취항 당시 180만명에 이르렀던 이용객 수는 지난해 61만명으로 30% 수준에 그쳤다.

이에 대해 한강유람선 운영업체인 세모측은 “최근 경영악화가 심화되면서 유람선 운영에 각종 허점이 생긴 게 사실”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지적된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ysh1005@donga.com

한강유람선 연도별 이용객 증감현황

연 도

88

89

97

98

99

이용객(명)

180만

132만5000

68만4000

51만9000

63만9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