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꽃은 홈런. 그렇다면 홈런과 실책중 어느 것이 경기에 더 큰 영향을 미칠까.
2일 잠실구장으로 장소를 옮겨 치러진 2000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그 해답이 나왔다.
18승 선발 트리오를 앞세운 현대가 두산 내야의 결정적 실책에 편승, 파죽의 3연승을 거두며 대망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1승만을 남겨놓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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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볼거리를 제공한 현대 다승왕 정민태와 두산 구원왕 진필중의 선발 맞대결 빅카드는 경기 시작을 알리는 사이렌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인 1회초 이미 승부가 결정났다.
98년 7월22일 군산 쌍방울전 선발승 이후 2년2개월여만에 선발 등판한 진필중은 “이 한 몸 부서질 때까지 던지겠다”며 입술을 깨물었지만 초반 제구력이 좋지 않았다.
전준호 박종호로 이어지는 현대의 왼손 선두타선은 원볼뒤 볼카운트 조절을 위해 가운데로 들어오는 공을 끌어당겨 나란히 우익수앞 안타를 쳐내며 무사 1,2루의 득점 찬스를 만들었다.
문제는 다음 타석. 한국시리즈 들어 타격감이 좋지 않은 카펜터가 친 공은 두산 1루수 우즈가 쉽게 잡아 더블아웃까지 노릴 수 있었던 타구. 그러나 2루에는 유격수 김민호도 2루수 이종민도 없었고 투수 진필중조차 1루커버를 늦게 들어가는 바람에 주자는 모두 세이프가 됐다.
카펜터의 타구는 비록 실책으로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결국 두산은 진필중이 1사후 심재학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져 밀어내기 결승점을 줬고 박경완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내줘 정민태가 아직 등판하기도 전에 2점차의 리드를 허용했다. 결과론이지만 카펜터의 타구를 잘 처리했더라면 1점도 내주지 않았을 상황.
두산은 5회초 수비에서도 1사 1루에서 박종호의 1루 땅볼을 우즈가 뒤로 빠뜨리는 실책을 하는 바람에 손쉽게 1점을 헌납했다.
정민태의 호투에 끌려가던 두산은 0―2로 뒤진 4회 우즈가 왼쪽 펜스 상단을 때리는 135m짜리 초대형 1점홈런을 날렸지만 ‘홈런보다 실책이 더 중요하다’는 평범한 진리 앞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결국 현대는 실책으로 얻은 점수를 조웅천 위재영으로 이어지는 막강 불펜이 끝까지 잘 지켜 3―1의 승리를 따내며 올해 포스트시즌서만 7연승의 무패신화를 이어갔다.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