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무위 소속 일부의원들이 2일 저녁 자기들만의 ‘도둑 간담회’를 가지려다 민주당의 반발은 물론 자당소속 의원들마저 항의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박주천(朴柱千)위원장 등 한나라당 정무위원들은 2일 오후 8시 국회 정무위원장실에 모여 금감원 노훈건(盧勳健)감사 심형구(沈亨求)감사실장 등을 불러 동방금고 불법대출사건의 자체조사 진행상황을 보고받으려 했다.
그러나 민주당 이훈평(李訓平)간사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박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거세게 항의했다.
박위원장은 “오늘 회의는 ‘정무위 간담회’가 아니라 ‘한나라당 의원간담회’인데…”라고 해명했지만 이날 회의가 여야 합의에 의한 자리인줄 알고 참석했던 한나라당 의원들조차 거세게 항의하고 나섰다.
김부겸(金富謙)의원은 “무슨 대단한 보고를 받는 것도 아닌데 당당하게 여당에 알리고 해야지 이러면 되느냐. 우리가 ‘김대중당’과 다른 면을 보이려면 이러면 안된다”고 따졌다. 다른 의원들이 “우리끼리 장관이라도 부를 수 있지 뭘 그러느냐”고 박위원장을 변호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그러자 금감위 노감사도 “한나라당에만 보고하는 자리인지 몰랐다”며 난색을 표시했고 결국 박위원장 혼자 소회의실에서 금감원의 보고를 받다 20여분만에 돌려보냈다.박위원장은 “금감위측에 ‘와서 보고하라’고만 하고 한나라당 간담회 자리라는 것을 얘기하지 않은 것은 내 실수”라고 해명하면서도 “야당도 따로 정부관계자를 불러 보고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