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고는 어린 시절 화재 속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뒤, 줄곧 소방관을 동경해 왔다. 그가 소방학교를 마치고 한가 출장소(통칭 한구조대)에 배속된다. 드디어 소방관이 되었다는 자랑스러움에 거들먹거리지만, 첫 출동과 함께 흥분과 설렘은 사라진다. 숨막힐듯한 열기와 절규로 가득한 화재 현장에는 절박한 생사의 갈림길만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불량스러웠던 고교 시절을 후회하는 다이고는 긴박한 재해 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해 냄으로써 비로소 자신이 가치 있는 인간이 라는 생각에 몸을 사리지 않는다. 선배들은 그에게 생사의 경계에서 생명을 구해내고 자신도 무사히 귀환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소방관의 행복이라는 가르침을 준다.
는 신참내기 소방관 다이고가 수많은 화재와 재해의 현장을 극복하면서 진정한 소방관의 의미를 깨닫고, 최고의 소방관으로 성장해가는 재해 만화이다. 태평스럽다 못해 한심해 보이기까지 하는 다이고는 위급한 현장에서만은 초인적인 감각을 발휘한다. 아비규환 속에서 본능적으로 예기치 못한 위험과 생존자의 존재를 감지해내는 다이고의 활약이 박력 있는 그림체와 거침없는 전개로 펼쳐진다.
작품은 단순히 소방관들의 활약상을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고, 다이고를 통해 재해 현장에서 일하는 소방관들의 번뇌와 보람을 이야기한다. 소방 장비를 갖추고 있다지만, 타인을 구하기 위해 죽음의 불 속으로 뛰어드는 이들은 무엇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걸고 있는 것일까.
소방관들의 '구조의 기쁨'은 곧 '생존의 기쁨'이라고 는 전한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화재 현장에서 임무를 완수하고, 안전한 일상으로 다시 돌아올 때 느끼는 안도감만큼 '내가 살아있다'는 현실을 깨닫게 해주는 기쁨은 없다는 것이다.
주인공의 너무나도 극적인 능력 탓에 간혹 황당무개한 허구로 보이는 게 흠이지만, 작품 내내 솔직하고, 열정적으로 묘사되는 소방관들의 모습은 분명 현실에도 존재한다. 새빨간 불길이 덮쳐 오는 절망적인 순간, 연기 속을 뚫고 누군가 내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는 상상을 해보자. 아무런 대가 없이, 오직 나를 구하기 위해 내밀어진 그 뜨거운 손을! 읽다 보면 어느새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마는 것은 그런 까닭일 것이다.
불조심의 계절, 가을. 한번쯤 읽어볼 만화가 아닐까.
김지혜 lemonjam@now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