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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바다를 통해 우리 역사를 본다

입력 | 2000-11-03 18:45:00


□'바닷길은 문화의 고속도로였다'/ 윤명철 지음/ 415쪽/ 1만2000원/ 사계절

고구려하면 말을 타고 초원을 호령하던 사내들의 당당한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그들이 배를 타고 바다에서 중국 수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고 한다면…. 얼른 이해가 가지 않지만 이 책의 저자는 이것 역시 엄연한 고구려의 역사라고 말한다.

동북아시아의 지리적 여건상 한반도와 중국 일본 등지의 교류는 해로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런데도 우리는 한반도의 역사를 육지를 둘러싼 역사로만 이해해왔다. 이 책은 이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다. 육지만의 역사가 아니라 바다의 역사와 함께할 때 우리의 역사가 제모습을 찾을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바다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1997년 중국에서 한반도까지 직접 뗏목을 타고 항해를 감행했던 인물. 저자는 이 책에서 고조선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바다를 둘러싼 역사, 바다 위에서 벌어진 역사의 이모저모 소개하고 있다. 바다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그것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한반도와 중국 곳곳에선 6000∼7000년전의 선박 유적이 발견됐다. 함경북도 굴포리에서 출토된 6000년전의 고래뼈 노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이는 그 당시부터 항해를 했다는 증거다. 기원전 2세기 위만조선과 한나라는 대규모의 전쟁을 치뤘다. 그 때 한나라 수군 7000명이 바다를 건너왔다. 이는 고조선과 한나라가 대규모의 해전을 벌였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 뿐만 아니라 고구려와 중국 수 당의 전투도 실은 대규모의 수륙 양면 전투였다고 밝힌다. 또한 고구려의 수군들은 바다를 통해 남으로 내려와 백제를 공략했다. 서해안 경기만의 요충지를 차지하기 위해서였다. 광활한 대륙 못지 않게 바다는 그렇게 중요했다.

바다에 목숨을 걸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통일신라의 해상왕 장보고를 비롯, 통일신라말기의 해상호족들, 동해를 건너 일본에서 장사했던 발해의 상인 등. 고려의 태조 왕건도 바다에서 일어나 바다를 장악하면서 후삼국을 통일할 수 있었다. 바다에 대한 그의 열망이 있었기에 고려왕조가 그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한반도의 역사에서 바다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바다를 통한 중국 일본과의 문화교류 이야기, 고려의 항해술과 조선술, 군선 등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