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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신간]'원효의 금강삼매경론' 가까이 다가온 원효사상

입력 | 2000-11-03 18:50:00


■'원효의 금강삼매경론'/ 원효 지음, 은정희 송진현 역주/ 640쪽, 2만5000원/ 일지사

원효의 ‘대승기신론소·별기(大乘起信論疏·別記)’ 역주본(일지사)이 발간되자 “해방 이후 역주본 사상 최고의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한국출판문화상을 받은 것이 1991년의 일이다. 이 어려운 전문서는 놀랍게도 이미 1만 부 가까이나 팔렸다.

이 책을 역주했던 서울교육대 은정희교수(도덕교육과)가 제자와 함께 거의 10년만에 원효의 ‘금강삼매경론(金剛三昧經論)’ 역주본을 다시 완성해 내놓았다.

‘대승기신론소·별기’ ‘금강삼매경론’은 은교수가 내년 출간을 목표로 역주 작업을 하고 있는 ‘이장의(二障義)’와 함께 원효의 3대 저작이다. ‘대승기신론소·별기’가 열반에 집착하거나 매몰되는 것을 경계하며(不住涅槃) 이상적 진리(眞)와 속세의 진실(俗)이 다르지 않음을 가르친다면, ‘금강삼매경론’은 이 정신을 이어받으면서도 원효의 핵심 사상인 일심(一心)과 화쟁(和諍)의 방식을 통해 궁극적 진리의 추구에 역점을 둔다. 이 두 책이 불교 경전에 대한 원효의 주해서인 데 반해 ‘이장의’는 원효의 저작이다. ‘이장의’에서는 불성(佛性)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인간의 마음을 한 단계 한 단계 분석해 가며 원효 자신의 유식사상을 체계적으로 서술한다.

은교수의 역주본에서 특히 돋보이는 점은 치밀한 역주뿐 아니라 복잡한 내용을 정리한 도해다. ‘대승기신론소·별기’의 도해가 그랬듯이 ‘금강삼매경론’의 도해 역시 원효 사상에의 접근을 한결 수월하게 해 준다. “처음 ‘금강삼매경론’을 대할 때 솔직히 한 구절도 이해할 수 없었다”는 은교수는 “원효의 저작을 읽는 사람들의 고충을 알기 때문에 얽히고 설킨 ‘금강삼매경론’의 구조를 도해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게다가 ‘대승기신론소·별기’의 역주본 주석에서 기존 국역본들과의 차이점을 조목조목 지적해 파문을 일으켰던 대조 작업을 이번 역주본에서도 ‘감행’했다. 이것은 선학들의 오역을 하나하나 지적하게 되는 일이라 죄송스런 일이긴 하지만 기존의 오역을 바로잡고 역주의 성과를 축적해 나가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법대생 시절 ‘금강삼매경론’을 처음 접한 후 동양철학으로 전공을 바꿔 원효의 불교를 공부한 지 30여 년. 원효에 빠져 홀몸으로 이미 회갑을 넘긴 은교수의 꿈은 남아 있는 원효의 저술을 모두 역주 한 후 원측 지눌 태현 등 다른 불교사상가들의 사상을 정리해 한국불교사상사를 저술하는 일이다.

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