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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스산한 가을…'국물맛이 끝내주는' 국수집

입력 | 2000-11-03 18:58:00


◇참국수 만드는 법◇

요리무크지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101가지 국수 이야기’에서 참국수 만드는 법을 소개했다.

①물 8컵에 다시마 1장, 가다랭이포 10g을 넣고 끓여 거른 뒤(시판되는 가다랭이 장국을 쓰면 간편하다) 간장 4큰술, 마늘즙 1작은술, 고운 고춧가루 2작은술, 후추 설탕 약간을 넣어 끓인다.

②파르르 끓기 시작하면 샤브샤브용 쇠고기(채끝살) 150g을 넣고 고기가 익으면 바로 생국수 2인분을 넣어 끓인다.

③어슷어슷 썬 대파와 쑥갓을 올려 낸다.

◇개운하게…얼큰하게…◇

“국물이 끝내줘요.”

SBS TV ‘덕이’의 여주인공 김현주는 스타가 되기 전 우동CF의 이 한마디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왠지 국수가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어쩐지 쓸쓸한 11월. 명절도 휴일도 없고, 낙엽은 이리저리 뒹구는데, 매섭게 춥지도 않으면서 으슬으슬한 기운이 감돈다.

그런 날, 외국인 회사에 다니는 홍정희씨(27)는 국물맛이 끝내주는 국수로 찌무룩한 기분을 떨쳐낸다. 개운한 국물도 좋고, 깊은 맛이 나는 국물도 좋고, 얼큰하거나 칼칼한 국물은 또 그래서 좋다.

◇달큼하고 알큰하고◇

홍정희씨가 즐겨찾는 곳은 베트남국수집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롯데백화점 강남점 뒤편 ‘포 사이공’의 쇠고기 쌀국수를 한 입 떠먹으면 국물 한가지에 이처럼 다양한 맛이 담겨있는지 신기해진다.

“첫맛은 부드러운데 점점 쏘는 맛이 느껴져요. 싸한 허브향도 나고요.”

쇠뼈를 15시간 푹 고아서 기름을 말끔히 걷어낸 뒤 갈색이 나도록 구운 생강과 양파, 팔각 통계피 정향 초과 등 약초를 넣어 끓인 국물이다. 쇠뼈를 곤 구수한 맛에다 양파가 들어가 달큼한 맛이 나는데 계피가 ‘나도 있어요’ 외치듯 톡 쏜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베트남고추로 만든 핫소스를 넣어야 비로소 제맛이 난다. 말간 국물빛이 진한 베이지색이 나도록 소스를 치면 순식간에 국물이 알큰해지면서 목젖까지 콕콕 자극을 한다. 술 진탕 마시고 나서 북어국 대신 베트남 국수 국물을 마시면 속이 확 풀어질 것 같다.

5000원. 하루도 안쉬고 오전11시부터 밤11시까지 문을 연다. 02―563―9360

◇달지 않고 깊은 맛◇

서울 중구 명동 한복판의 작은 우동집 ‘가쓰라’엔 일본손님이 더 많다. ‘가도기치’라는, 일본에서는 초등학생들도 다 아는 냉동우동회사의 면과 국물을 그대로 들여와 맛을 내는 집이다. 하지만 냉동면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면발이 탱탱하고 쫀득쫀득하다.

우동은 도쿄를 중심으로 한 관동식과 오사카 일대의 관서식으로 나뉜다. 관동식은 덜 짜고 좀 달지만 관서식은 달지 않고 간간하면서 깔끔하다.

‘가쓰라’는 관서식이다. 롯데호텔 일식당 출신의 주방장이 ‘가도기치’우동액에 가다랭이 우린 국물을 넣어 희석시켜 만든 국물은 들큼하지 않고 깊은 맛이 난다.

우동은 5000원, 바삭한 새우튀김이 올라앉은 튀김우동은 7000원. 점심은 오전11시반∼오후2시, 저녁은 오후5시반∼10시반. 저녁때는 일본 월계관회사의 술도 파는 일식주점으로 변신한다. 02―779―3690

◇칼칼한 국물맛이 짜르르◇

칭기즈칸 요리를 먹으면 야채를 건져먹고 난 다음 국수를 끓여주는 음식점이 많다. ‘국수가 더 맛있는데 왜 국수만 팔지는 않을까’ 싶었던 사람이 찾으면 딱 좋을 곳 ‘곰돌이 참국수’는 서울 중구 명동 뒷골목에 숨어있다.

메밀로 만든 국수는 소면처럼 얇고 부드럽다. 다시마와 멸치 가다랭이를 우려낸 국물에 얇게 썬 쇠고기를 넣고 파와 쑥갓을 올려내는데 마늘과 후추가 듬뿍 들어가 있어 알싸하면서도 칼칼한 국물맛이 목구멍 깊숙이 짜르르 전해진다. 4500원. 오전10시∼오후10시. 02―776―0606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