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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법사위 대법원국감 못열려…'실명'거론 파문

입력 | 2000-11-03 19:03:00


여야는 3일 한나라당 이주영(李柱榮)의원의 여권 인사 실명 거명 파문으로 온종일 험악하게 대립했다. 민주당은 이의원이 소문만 갖고 이들이 정현준(鄭炫埈)한국디지탈라인 사장의 사설 펀드에 가입한 것처럼 말했다며 법적 대응을 공언했지만, 한나라당은 이에 아랑곳없이 정사장의 사설 펀드 가입자 명단을 공개하라고 맞 공세를 폈다.

▽여야 움직임〓민주당은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이의원에 대해 민 형사소송을 제기하고, 국회법에 따른 징계를 요구키로 했다. 또 정동영(鄭東泳)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한나라당식 공작정치 근절대책위’도 구성했다.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이번 사건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직접 지시한 조직적인 공작정치다”는 등의 발언이 이어졌다.

민주당은 4일 중 이의원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발키로 했다. 박병석(朴炳錫)대변인은 “이의원이 명예훼손임을 알면서도 고의로 실명을 언급했고, 스스로도 근거가 없다고 인정했다. 이는 면책특권의 악용이다”고 고발 취지를 설명했다.

반면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주요 당직자회의 후 성명을 내고 “이의원의 발언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권대변인은 “우리는 그동안 언론보도와 제보내용, 증권가 소문 등을 종합해 실명을 거론하고 확인을 요청한 것”이라며 “검찰은 계좌추적을 통해 ‘정현준 펀드’의 실제 가입자를 밝혀라”고 촉구했다.

▽시작도 못한 대법원 국감〓여야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이날 국회 법사위의 대법원 국정감사는 파행의 연속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오전 10시50분경 대법원 청사에 도착하자마자 20여분간 비공개 대책회의를 갖고 이의원의 공개 사과를 거듭 요구했다. 민주당 간사인 함승희(咸承熙)의원은 한나라당 간사인 최연희(崔鉛熙)의원에게 “국감에 앞서 법사위 전체회의를 열어 이의원 사과 문제와 이의원 발언의 속기록 삭제 여부를 논의하자”고 제의했으나 최의원은 “사과는 무슨 사과냐”고 코웃음쳤다.

▽여야의 장외 설전〓의원들은 이어 국감장 옆 의원휴게실에서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낯뜨거운 입씨름을 벌였다.

―함승희의원〓국감장을 정치공세의 장으로 만들어도 되나. 법조인의 양심도 없느냐.

―최연희의원〓왜 목소리를 높이나.

―천정배(千正培·민주당)의원〓이주영의원, 근거가 있으면 여기에서 이야기하라. 자신이 없으니까 면책특권을 악용해서 발언한 것 아닌가.

―조순형(趙舜衡·민주당)의원〓의혹을 제기하려면 구체적인 물증까지 제시한 박계동(朴啓東) 전 의원처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정인봉(鄭寅鳳·한나라당)의원〓‘목청 테스트’하러 온 건가. 신성한 대법원에서 이게 무슨 짓인가.

―함승희의원〓(이 날짜 동아일보를 최연희의원에게 보여주며) 한나라당 핵심들이 이렇게 보도돼도 가만히 있겠나.

―김용균(金容鈞·한나라당)의원〓속기록을 찾아봐라. ‘이회창총재가 무슨 사건에 연루됐는데 사실이냐’는 여당 의원 발언이 많지만, 여당이 사과하고 속기록을 삭제했나.

민주당 의원들은 의원총회 참석을 위해 낮 12시20분경 대법원을 떠났다가 오후 4시경 돌아왔지만 여야는 여전히 자기 주장만 고집해 국감은 밤 9시반까지 개회도 못한 채 끝났다.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