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기술력을 탐내지 않는 기업이 있다면 가르쳐 달라”
일본 NTT도코모의 다치가와 게이지(立敬川二·사진)사장의 이 발언은 과장이 아니다. 다치가와 사장은 인터넷 접속 이동통신서비스인 ‘i모드’의 성공에 힘입어 세계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보다폰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i모드를 통해 국내 이동통신시장을 제패한 다치가와 사장은 세계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네덜란드 KPN모바일 지분을 인수해 유럽의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서비스를 앞두고 있는 유럽 통신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보다폰의 젠트회장이 과감한 인수 전략을 통해 세계 최대 이동통신업체로 부상했다면 다치가와 사장은 자본 출자를 통한 지분 확보로 세계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다치가와 사장의 이러한 전략은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다. 내년 5월 i모드를 바탕으로 세계 최초로 IMT―2000 서비스를 시작하는 NTT도코모로서는 분명 보다폰이나 도이체텔레콤 등 경쟁사에 비해 한발 앞서 있다.
한때 세계를 주름잡던 NEC와 히타치를 비롯한 일본의 종합 전기업체들이 크게 위축되면서 일본의 전자통신산업이 몰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이를 불식시키고 일본발(發) IT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NTT도코모의 i모드다.
다치가와 사장은 내부의 적과도 싸우고 있다. 바로 모기업인 NTT. 오늘의 NTT도코모를 키워놓은 모태지만 요즘은 거꾸로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NTT도코모가 과감한 인수전에 뛰어들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정부와 NTT가 NTT도코모의 지배 지분을 잃을 것을 우려해 반대하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NTT의 정통 엔지니어 출신이며 비독립파로 알려진 다치가와 사장이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통합시키며 NTT도코모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워냈지만 향후 모기업의 경영 간섭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심이다.
조성우(와이즈인포넷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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