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우물만 파라’는 옛말도 디지털 시대엔 바뀌어야 할 것 같다. 마우스로 클릭해 여러 개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동시에 검색하듯 여러 분야를 두루 아우르는 ‘멀티태스킹 맨(Multi―tasking Man)’이 각광받는 시대다.
SBS ‘생방송 한밤의 TV연예’에 고정출연하는 방송인, 팝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등 다방면에서 활동해온 ‘멀티태스킹 맨’ 이무영씨(36)가 다채로운 이력에 하나를 더 보탰다. ‘휴머니스트’로 영화 감독에 데뷔하는 것. 지난 달부터 경기 성남 등지에서 촬영을 시작했다.
‘참 오지랖도 넓다’ 싶지만 그는 중학교 시절 한 해 60일가량 결석하며 학교 대신 소극장을 찾아 영화를 보았던 ‘할리우드 키드’였다고.
영화에 대한 관심은 시나리오 집필로 이어져 96년 ‘본투킬’을 시작으로 ‘삼인조’(97년) ‘간첩 리철진’(99년), ‘아나키스트’(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등의 시나리오 집필에 참여했다. ‘공동경비구역 JSA’의 박찬욱 감독과는 오랜 친구이자 시나리오 작업을 공동으로 해온 ‘예술적 동지’ 사이. 박감독은 그를 두고 “우리는 환상의 복식조”라며 “남들이 믿거나 말거나 코엔, 와쇼스키 등 형제지간인 감독들보다 더 호흡이 잘 맞는다”고 말했다.
‘휴머니스트’는 “자신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나쁜 놈들의 웃기는 이야기”를 그린 블랙코미디. 그는 이번 영화에서 각본, 감독 뿐 아니라 음악까지 맡았고 직접 출연도 한다.
“재미있거나 잘 만들었다는 말을 듣는다면 금상첨화고, 최소한 솔직한 영화라는 말은 듣도록 만들고 싶다. 쓸데없는 영화란 얘기만은 듣고 싶지 않다.”
오랜 꿈인 ‘감독 데뷔’에 성공했지만, 이에 못지 않은 그의 숙원 하나는 엉뚱하게도 농구 또는 미식축구 해설가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한 신문사 뉴욕 지사에서 일하며 스포츠면을 꽤 오래 맡았는데 농구나 미식축구 해설은 누구보다 잘 할 자신이 있다”는 것이 그 이유.
하고 싶은 일이 이렇게 많으니 그의 인생은 얼마나 즐거울까. 그러나 의외로 그는 아주 심각하고 무거운 사람이다.
“살아오면서 힘들지 않은 순간이 별로 없었다. 항상 나를 힘들게 하는 나 자신이 밉고 그런 나에게 혹사당하는 내가 가엾다. 이무영이 밉고 불쌍하다.”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