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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뉴스]리키 마틴 "라틴음악 여름에만 히트하란 법 있나요"

입력 | 2000-11-05 18:53:00


“라틴계 사람들의 피는 뜨겁다. 그들은 낯선 사람을 만나도 금새 함께 춤추고 키스할만큼 열정적이다. 나는 그런 라틴이다.”

라틴 팝의 왕자 리키 마틴(29)이 최근 통산 6집이자 영어음반 2집인 ‘리키 마틴―사운드 언로디드(Unloaded)’를 발표했다. 그런데 음반 발표 시기가 의아하다. 댄스 음악의 계절인 여름을 지나 늦가을에 새로운 음반을 낸 것은 자신감 때문일까.

리키 마틴은 최근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라틴 음악이 여름에 히트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영원히 지속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런 의도를 그대로 반영한 듯 2집은 댄스와 발라드를 교차시키는 음반의 곡 구성이나 창법이 1집과 유사하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섣부른 새로움은 오히려 스타덤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첫 싱글 ‘She Bangs’는 10월하순 빌보드차트에 진입해 5주만인 4일 18위에 올랐다. 이 노래는 야성적인 여인에게 보내는 열광적인 사랑의 노래로 여성 팬을 겨냥했다.

가사는 ‘꽃같은 여성에게 폭탄처럼 내 마음을 사로잡혔다. 그렇지만 그녀는 다가갈수록 벌처럼 쏜다’는 것.

지난해 5월 나온 ‘리빙 라 비다 로카’ 등을 수록한 영어음반 1집이 1500만장이나 팔리고 시사주간지 타임이 그를 ‘1999년 화제의 인물’로 선정하는 등 화려한 명성에 비하면 오름세가 다소 더디지만 소속사인 소니 뮤직은 “히트 예감은 틀림없다”고 말한다.

뮤직비디오도 지난해와 다르지 않다. 바하마에서 찍은 이번 뮤직비디오는 미녀 20명의 관능적인 춤과 리키 마틴 특유의 육감적인 엉덩이춤과 선정적인 몸놀림 등이 어우러진다.

리키 마틴은 1990년대들어 ‘월드 스타’의 특수를 아쉬워했던 미국 팝계의 기획 작품이다. 마이클 잭슨과 휘트니 휴스턴 이후 10여년간 월드 스타를 내놓지 못한 팝계는 리키 마틴의 라틴 열정과 성적인 매력을 이용, 그를 ‘월드 스타’로 부각시키려 한다.

그러나 리키 마틴이 ‘월드 스타’의 계보를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팬들이 1집과 거의 비슷한 음악을 ‘겨울’에 어떻게 받아들일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와 달리 소니 뮤직이 홍보 일정을 조율하지 못할만큼 리키 마틴측이 유명세를 과시하는데다 인터넷 ‘안티 리키 마틴’사이트에서는 “리키 마틴은 로큰롤의 파괴자이자 라틴 음악의 졸(卒)”이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