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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70만년前 구석기유적 조작 파문… "실적저조해 조작"

입력 | 2000-11-06 00:07:00


일본에 70만여년전의 전기 구석기문화가 존재했음을 나타내는 유적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미야기(宮城)현 가미타카모리(上高森)유적의 석기발굴이 날조됐던 것임이 언론의 추적결과 밝혀졌다.

이 유적은 도호쿠(東北)구석기문화연구소 후지무라 신이치(藤村新一·50)부이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조사단이 지난달 하순 발굴작업을 시작, 지난달 27일 ‘70만년전과 60만년전의 석기 등 31점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던 것이다.

그러나 마이니치신문이 가미타카모리 유적 현장에 설치해둔 비디오에 후지무라 부이사장이 석기 발굴직전인 22일 새벽 혼자 유적지에 구덩이를 파고 자신이 이미 보유하고 있던 석기를 묻는 장면이 잡힌 것.

후지무라 부이사장은 4일 마이니치신문측에 이같은 사실을 시인하고 이 유적에서 올해 발견된 석기 이외에도 전기 구석기시대의 유적으로 알려진 홋카이도(北海道) 소신후도자카(總進不動坂)유적의 석기발굴도 자신이 조작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일본의 전기 구석기 유적지인 가미타카모리 유적은 1992년부터 후지무라 부이사장 등이 발굴을 주도했으며 출토연대가 처음엔 13만년 전이었으나 그후 다섯 차례 추가발굴을 통해 60만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이 유적은 특히 98년 고교 교과서에도 수록되는 등 역사적 사실로 인정받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신빙성이 크게 흔들리게 됐으며 일본 구석기시대 역사에 대한 연구도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후지무라 부이사장은 날조 동기에 대해 “마(魔)가 끼었던 것 같다”며 “발굴실적이 나오지 않아 초조해 하던 끝에 개인적으로 모았던 석기수집품을 땅에 묻고 새로 발굴한 것처럼 발표했다”고 밝혔다. 그는 고교졸업후 독학으로 고고학을 배운 뒤 72년부터 본격적으로 발굴작업을 시작해 81년 4만여년전의 석기를 발견해 당시 최고(最古)기록을 1만년 이상 경신하는 등 발굴때마다 새로운 기록을 세우며 학계에서 ‘석기의 신’‘신의 손’으로 불려왔다.

이번에 함께 발굴작업을 벌였던 조사단원들은 “지금까지 학문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가진 석기는 모두 그가 발견한 것이다. 그는 언제나 모두가 쉬고 있을 때 땅속에서 석기를 꺼내 발굴했다고 했다”고 말해 발굴날조가 오래전부터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후지무라 부이사장은 “작년 이전 발굴품은 조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그가 발굴한 유적에서는 30km 떨어진 곳에서 각각 발견한 2개 석기의 단면이 딱 맞아떨어지는 ‘기적’이 일어난 일도 있었던 것으로 마이니치는 전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 관련 학계에서는 “개인의 공명심도 공명심이지만 일본사의 연대를 위로 끌어올리려는 일본 고고사학계의 풍토도 일조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조심스러운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