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년 만의 소수파 대통령 출현.’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전이 막판까지도 결과를 예상할 수 없을 만큼 박빙의 접전 양상을 보이면서 이 같은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소수파 대통령’이란 전체 유권자 투표에서는 졌으면서도 주별 선거인단 확보에서는 이겨 당선된 대통령을 말한다. 미국 대선이 주별로 유권자 득표에서 이긴 후보가 해당 주의 선거인단 전체를 가져가는 ‘승자 독식(Winner Take All)제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드물게 벌어진다.
미국의 주별 선거인단 수는 많게는 54명(캘리포니아주)에서 작게는 3명(와이오밍 버몬트 워싱턴DC 등)까지로 편차가 크다. 따라서 와이오밍같은 주에서 큰 표차로 패배하더라도 캘리포니아같은 주에서 비록 단 한 표차로 이기면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 다시 말해 선거인단이 많은 주에서는 어렵게 이기고 선거인단이 작은 주에서 참패할 경우 소수파 대통령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역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1876년과 1888년 등 두 번의 소수파 대통령이 나왔다. 이번 선거의 경우 현재의 판세로는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선거인단이 많은 캘리포니아주나 뉴욕주(33명) 등에서 리드하고 있는 반면 몬태나 등 중서부의 작은 주에서는 크게 뒤져 소수파 대통령이 출현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어느 때보다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를 종합해 보면 예상 선거인단수(총 538명)에서 조지 W 부시 공화당후보가 고어 후보를 10∼30명 가량 앞서 있다. 그러나 두 후보 모두 당선권인 270명에는 수십명씩 모자란 상태이기 때문에 선거인단 10∼25명이 걸린, 경합중인 중대형주의 향배가 대선 승패를 가를 수밖에 없는 상황.
로이터통신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5일 현재 부시가 24개 주에서 확실 또는 근소한 우세로 209명을, 고어가 12개 주와 워싱턴DC에서 확실 또는 근소한 우세로 196명을 확보하고 있다.
플로리다(25명) 펜실베이니아(23명) 미시간(18명) 등 14개 주 133명은 경합주로 분류됐다.
따라서 전국 지지율에서 부시가 근소하게 리드하고 있으나 고어가 경합주의 많은 곳에서 근소한 우세를 보여 112년 만에 소수파 대통령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이 때문에 미국의 주요 신문과 방송들은 고심하고 있다. 궁여지책으로 인터넷 등을 통해 출구조사 및 개표 결과는 신속하게 보도하되 ‘○○후보 당선 확정적’이라는 식의 보도는 경합주의 승패가 대부분 확정될 7일 밤 12시(한국시간 8일 오후)까지는 삼가도록 했다.
higgledy@donga.com
유권자 투표에서 지고도 당선된 미국 대통령
연도
후보
소속 정당
득표 유권자 수
선거인단 수
1876
새뮤얼 J 틸튼
러더퍼드 B 헤이스(대통령 당선자)
민주당
공화당
4,287,670
4,035,924
184
185
1888
그로버 클리블랜드
벤저민 해리슨(대통령 당선자)
민주당
공화당
5,540,365
5,445,269
168
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