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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시즌]퀸란-홍원기 ‘4번같은 공포의 8번타자’

입력 | 2000-11-06 18:45:00


야구에서 8번 또는 9번 타자라면 팀에서 가장 타율이 떨어지는 선수라는 것은 ‘상식’.

그러나 한국시리즈 같은 단기전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컨디션에 따라 누구라도 스타가 될 수 있는 일.

현대의 퀸란과 두산의 홍원기가 바로 이런 경우다.

이들은 ‘공포의 8번 타자’로 활약하며 한국시리즈에서 양 팀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하위 타선 ‘반란’의 선봉에 선 타자들이다.

현대 퀸란의 올 시즌 홈런은 37개. 8번 타자의 홈런 개수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홈런 랭킹 3위에 오른 퀸란은 ‘큰 것 한 방’에서 만큼은 여느 팀 클린업트리오에 못지 않다. 다만 문제가 됐던 것은 타율. 퀸란의 시즌 타율은 0.236. 그가 8번 타자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홈런 37개를 친 타자치고는 타율이 낮아도 너무 낮다. 말 그대로 ‘모 아니면 도’인 퀸란의 타순을 섣불리 위로 끌어올릴 수도 없는 것.

그러나 한국시리즈에서 퀸란은 확실히 달라진 면모를 보였다. 홈런 1개를 포함해 5경기 타율 0.333, 타점 4개로 박진만과 함께 팀 내 최다 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타율은 낮지만 수준급의 수비실력과 ‘일발장타’를 인정받아 내년 시즌 재계약까지 확정지었으니 퀸란이 신이 난 플레이를 펼칠 만도 하다. ‘퇴출’이 결정된 3번 타자 카펜터가 타율 0.133에 머물러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일.

두산 홍원기는 4차전부터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주전 3루수였던 안경현이 극심한 타격 부진에 허덕이자 김인식 감독이 ‘승부수’로 기용한 선수가 바로 그다. 시즌 내내 3루수와 유격수, 2루수를 오가며 대수비 요원으로 포지션을 전전하던 ‘만년 후보 내야수’ 홍원기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4차전 3타점의 맹타를 휘둘러 승리를 이끌어냈다.

홍원기는 5차전에서도 한 몫을 해냈다. 5차전 3―5로 뒤지던 7회말 무사만루에서 가운데 적시타로 역전 드라마의 막을 올린 것.

김인식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홍원기 타석에서 좌타자인 최훈재를 대타로 내보내려고 했으나 의지가 담긴 홍원기의 표정을 보면서 교체 사인을 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홍원기에 대한 김감독의 믿음이 역전승으로 이어진 셈. 홍원기는 한국시리즈 타율 0.429를 기록중이다.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