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애절한 발라드 곡 '약속'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얼굴 없는 가수' 김범수가 2집 'Remember'로 돌아왔다. 제목처럼 추억의 명가요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되살려낸 앨범이다.
고 김현식의 히트곡 '비처럼 음악처럼'(86)을 리메이크한 것은 특별히 주목할만 하다. 나탈리 콜이 고인이 된 아버지 넷킹 콜의 목소리를 가져와 'Unforgettable'을 불렀던 것처럼 김범수도 고인의 생생했던 목소리를 빌려 마치 듀엣으로 노래한 것처럼 처리했다. 김현식의 무게 있는 목소리와 김범수의 애잔한 목소리가 환상적인 화음을 이루며 듣는 이의 가슴을 적신다.
'여행스케치'의 '별이 진다네'와 변진섭의 '그대 내게 다시'가 흑인 음악 스타일로 바꿔 부른 곡이라면 김종찬의 발라드곡 '사랑이 저만치가네'는 싱어송 라이터 이현도와 힙합 스타일로 재편곡해 독특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다섯손가락'의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과 고 유재하의 '그대와 영원히'도 원곡의 느낌을 살려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리메이크곡이 주류를 이루지만 '하루' '그런 이유라는 걸' 등 신곡에서도 김범수만의 탁월한 가창력을 확인할 수 있다.
새 앨범에서 그는 1집에서 선보였던 중성적인 가성 대신 호소력 짙은 R&B 창법으로 변화를 주었다. 음악 전체가 편안하고 고급스러워 성인을 위한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2장의 앨범을 발표한 신인이지만 김범수의 매력적인 보컬은 이문세-변진섭-신승훈의 대를 잇는 차세대 발라드 가수로 꼽아도 부족함이 없을 듯 하다.
황태훈 beetlez@donga.com
♬ 노래듣기
- 비처럼 음악처럼
-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