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김용옥씨가 진행하는 방송 특강 KBS 1TV 가 방송 한 달도 못돼 잇단 구설수에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 달 13일 첫 방송을 시작한 는 금요일 밤 11시대의 교양 프로그램으로는 예외적으로 10%대의 시청률을 올리는 등 관심을 모았다.
그런데 최근 김씨가 몸이 불편한 방청객을 강의에 방해가 된다며 퇴장시킨 사건과 강의 내용중 성경 내용에 의문을 제기한 일이 잇달아 벌어지면서 네티즌간에 이를 두고 찬반 격론이 벌어지고 있고, 방송중단을 요구하는 기독계의 서명운동까지 일어나고 있다.
첫 번째 논란이 된 '방청객 퇴장' 파문은 지난 달 17일 녹화 도중 일어났다. 당시 김용옥씨는 앞자리에 앉아있던 방청객중 뇌출혈로 몸이 다소 불편한 70대의 노모(전직 정신과의사)씨에게 "앞자리에 앉지 말라고 했는데 왜 앉았느냐"며 면박을 준 것.
노씨는 전에도 녹화장에서 기침을 자주 했다가 다른 방청객으로부터 "몸도 불편한데 집에서 TV로 보시죠"라는 말을 들었고, 강의하던 김용옥씨도 노씨에게 "다음에는 눈에 띄지 않는 중간이나 뒤에 앉으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EBS의 노자 강의 때부터 김용옥씨의 강의를 한 회도 빼놓지 않고 방청했던 노씨는 17일 녹화 때도 계속 앞자리에 앉았다가 그런 말을 듣게 됐다.
노씨가 격분해 녹화장을 떠난 후 김용옥씨는 자신이 예민해서 그렇다라며 방청객에게 양해를 구했지만, 현장에 있던 방청객중 일부는 인터넷에 "자신의 강의를 들으려고 온 노인에게 노골적으로 화를 내는 태도에 놀랐다"며 글을 올렸다.
이후 이러한 김용옥씨의 태도를 놓고 KBS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네티즌간에 설전이 벌어졌다. 더구나 노씨의 아들이 올린 글이 올라오면서 김씨의 태도를 비난하는 글과 '강의에 혼신의 열정을 다하는 입장에서 그럴 수 있다'라며 옹호하는 글이 쏟아졌다.
사태가 이렇게 확대되자 김용옥씨는 노씨를 찾아가 사과를 했지만, 노씨는 이를 거절하고 명예훼손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성경 내용의 진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 기독계의 반발을 산 것은 '노씨 파문'이 일어난지 일주일이 지난 10월27일 방송. 당시 김용옥씨는 성경의 누가복음에 있는 예수탄생을 언급하면서 "당시 로마에는 호적령이 없었고, 마리아가 만삭인 몸으로 나사렛에서 베들레헴까지 가 예수를 낳았다는 것은 코미디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내용이 방송된 후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비롯한 기독교 단체에서 유교경전 강의 시간에 다른 종교를 왜곡·비하하는 내용을 여과없이, 그것도 황금시간대에 방영하는 KBS의 태도는 공영방송으로서 현저히 균형을 잃은 것’이라며 에 대한 방송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기독교계는 특히 김씨가 성경 구절을 언급하면서 임신부인 마리아가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까지 흉내낸 것은 성경에 대한 모독에 가깝다고 반발했다.
에 대한 기독교계의 반발은 방송 초부터 있었다. 인천 지구촌교회 임종철 목사는 지난달 17일 방송위원회에 "공영방송인 KBS가 도올 김용옥씨를 내세워 특정종교의 철학을 1주일에 1회씩 50회를 전 국민을 상대로 방영하는 것은 대한민국을 특정종교화하자는 의도가 아니냐”며 에 대한 방영중단 심의를 요청했다. 임목사는 "유교의 경전 이야기를 공영방송에서 오랜 시간 보도하는 것은 타 종교와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헌법에서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방송위원회는 시청자 불만위원회를 열어 임종철 목사의 요청을 '해당 방송사에 통보해 업무에 참고토록 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지난 달 20일 KBS에 통보했다. 하지만 김용옥씨의 성경에 대한 문제의 강의가 나간 후 임종철 목사 등은 각 교단을 상대로 방영금지를 위한 서명운동에 돌입하는 등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KBS 1TV가 매주 금요일 2회씩 모두 100회를 방영할 예정인 는 특정 철학자의 강의를 100회씩이나 방송한다는 점에서 전례가 없는 파격적인 편성이었다.
워낙 주장이 강하고 튀는 발언이 많아 방송사 측에서도 김용옥씨의 강의를 준비하면서 나름대로 조심을 했지만, 예상외의 '악재'가 잇달아 불거지면서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제작진은 "문제가 있을만한 발언은 편집 과정에서 거르고 있다"며 "김용옥씨에게 특정 종교와 관련되는 발언은 자제해 달라"고 주문했다며 시간이 흐르면서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재범 oldfie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