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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내친구]탁구매니아 종로구청 정주훈씨

입력 | 2000-11-07 18:44:00


대한민국 공무원. 그중에서도 대다수 하위직 공무원들은 괴롭다.

경제 위기 때는 비능률의 대명사로 지목되기도 하고 어쩌다 뇌물 사건이라도 터지면 부패의 온상으로 지탄을 받기도 한다. 여기에 쉴새없이 가해지는 구조조정의 날카로운 칼날….

끊임없이 스트레스에 시달리지만 이를 풀 방법도 별로 없다. 요즘 웬만한 기업체의 대리 이상이면 즐긴다는 골프? 웬걸. 박봉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에게는 언감생심 엄두도 못낼 일이다.

종로구청 보건소 의약과에 근무하는 정주훈씨(39).

17년째 국민의 보건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집에서는 1남2녀의 어머니로 정신없이 바쁘게 생활해 오고 있다.그러나 탁구 라켓만 잡으면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진다.

물론 정씨는 인천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 특활반에서 잠깐 탁구를 한 적이 있다.그러나 정씨가 정식으로 탁구를 연마하기 시작한 것은 97년 12월1일 종로구청으로 옮겨 오면서부터.

종로구청은 직원들의 스포츠 활동에 대해 적극 권장하는 분위기여서 퇴근 후 여가시간을 건전하게 보내기로 소문난 곳.

종로구청 탁구동호회에 입단한 정씨는 보통 1주일에 2,3일씩 퇴근후 구청 강당에 마련된 연습장에서 탁구공을 두드렸고 3년만에 탁구를 즐기는 순수 아마추어 출신 공무원중에서 으뜸인 ‘탁구 여왕’에 등극했다. 탁구선수 중에 김택수를 가장 좋아하는 정씨는 탁구 전형도 김택수와 같은 펜홀더 공격형. 특히 온힘을 모아 때리는 스매싱은 직장인 탁구계에서는 정평이 나 있다.

정씨는 종로구청 탁구동호회의 주전 선수 중 유일한 홍일점이지만 올 한해동안 치러진 노동부장관기와 서울시장기, 국민생활체육협의회 전국직장인대회에서 종로구청이 모두 우승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해냈다.

정씨는 “내 담당이 보건의료직이기 때문에 건강 관리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하고 있는데 탁구는 경제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무리가 없고 땀을 쏙 빼고 나면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지는 것은 물론 피부미용에도 좋다”고 탁구 예찬론을 펼친다.

정씨는 초등학교 5학년인 큰 아이도 탁구를 시키고 있다 며 틈틈히 탁구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해준 시어머니께 감사를 드린다 고 덧붙였다.

이런 스포츠 활동 덕택일까. 종로구청에 들어서면 늘 환한 웃음으로 민원인들을 대하는 정주훈씨의 활기찬 모습을 볼 수 있다.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