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역사학자 내이던 로젠버그는 “역사상 어떤 제국에도 외국인이 죽음을 무릅쓰고 밀입국하려 했던 경우는 없었다”는 말로 오늘날 미국의 위상을 표현한 적이 있다. 8일(현지시간) 결정될 유일초강대국 미국의 새 대통령은 미국 내외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까.
조지 W 부시 공화당후보가 백악관에 입성하게 되면 8년만에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정권이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남북한의 화해 등을 통해 세계 정치의 중심으로 떠오른 동북아시아에 새로운 긴장관계가 조성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공화당 정부는 민주당 정부가 ‘전략적 동반자’로 대하던 중국을 ‘잠재적 경쟁자’로 바꾸어 인권 등의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이 갈등을 빚게 된다. 공화당이 의회까지 장악, 러시아와의 탄도탄미사일협정(ABM)을 깨고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를 밀어붙일 경우 미―중―러 간에 조성될 긴장의 파고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고어 후보가 집권할 경우 빌 클린턴 대통령이 줄곧 추진해온 ‘개입정책’이 지속돼 당장은 대외정책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문제에서는 부시와 고어 후보가 동시에 내건 ‘강력한 군대 양성’과 ‘경제호황의 지속’ 여부가 큰 관심거리다. 부시는 NMD(630억달러 소요) 외에도 신무기개발 사업(5년간 200억달러 규모)과 대폭의 군인 임금인상(10억달러)을 등을 통해 군의 위상을 탈바꿈시키겠다고 공언했다. 고어 후보 역시 10만여명의 병력 증강과 점진적인 국방비 증액, 군조직 개편 등을 통해 안보강화와 ‘강력한 개입정책’의 근간으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새 대통령이 단행할 대법관의 교체도 미국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변수. 대법관 9명중 3명이 70세 이상의 고령이어서 차기 대통령이 새법관을 임명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는 5대 4로 보수파가 앞선 상황. 하지만 고어가 당선돼 진보성향의 판사를 임명할 경우 미국인의 총기소유가 크게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부시는 낙태에 반대하는 대법관을 임명해 낙태의 헌법적 권리를 인정한 97년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새 대통령이 연착륙 조짐이 뚜렷해진 경제를 어떻게 다룰지도 관심사다. 부시가 당선되면 1조3000억달러의 감세와 사회보장세 인하책 등 경기 과열을 초래할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돼 2004년 5월까지 재직할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의 힘겨루기가 불가피하다.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