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두 번째의 부자(父子)대통령인가, 아니면 사상 다섯 번째의 현직 부통령 백악관 입성인가.’
8일 오후 윤곽이 드러날 43대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그동안 우열을 점칠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한 접전을 벌여온 앨 고어 민주당 후보와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 중 누가 되든 간에 미국 헌정사상 진기록의 주인공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고어 후보가 당선될 경우 그는 ‘현직 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한다’는 미 대선의 징크스를 깨는 셈.
200년이 훨씬 넘는 미 대선 역사에서 현직 부통령이 승리했던 경우는 단 세 번뿐이다. 20세기엔 부시 후보의 부친인 조지 부시 한 명에 그쳤다. 로널드 레이건 정권의 부통령으로 8년간 일한 조지 부시는 1988년 대선에서 당선돼 1836년 마틴 밴 뷰런 이후 152년 만에 현직 부통령이 당선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물론 린든 B 존슨과 해리 트루먼이 존 F 케네디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서거로 부통령으로서 대통령직을 승계했고 리처드 닉슨이 사임한 뒤 제럴드 포드가 후임 대통령이 됐지만 선거를 거친 건 아니다.
부시 후보가 당선될 경우 그는 미국 대선 역사상 두 번째로 아버지에 이어 아들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미국에서 부자(父子)가 대통령이 된 것은 제2대 대통령 존 애덤스(1797∼1801년 재임)의 아들 존 퀸지 애덤스(1825∼1829년 재임)가 부친의 퇴임 25년 뒤 6대 대통령에 취임한 단 한 번뿐이다.더구나 부시 후보가 당선된다면 그는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정치적 후견인으로 자랑해 온 아버지의 복수전에 성공하는 셈. 고어의 정치적 후견인인 클린턴 대통령은 1992년 아버지 조지 부시 전대통령의 연임을 좌절시킨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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