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의 내년 연봉이 1000만 달러에 육박할 것이라고 한다. 달리 말해 박찬호란 브랜드의 가치가 그 정도라는 이야기이다.
우선 출중한 성적이 으뜸. 그 외에도 잘 생긴 얼굴, 한국교민이 많은 LA연고팀에서 유일한 한국인 선수, 다양한 사회봉사활동 등이 박찬호 브랜드의 가치를 높여준다. 광고에선 이를 브랜드자산이라 칭한다.
98년 기준 177억8100만 달러의 브랜드 가치를 지닌 세계의 명차 벤츠의 경우는 어떨까? 안전하고 빠른 차, 중후함, 질리지 않는 디자인, 그리고 둥근 원 안에 세 개의 선이 그어져 있는 로고 등이 벤츠가 지닌 자산이다. 벤츠 광고 한 편을 예로 들어 보자.
광고엔 뭇 남성의 영원한 애인인 마릴린 먼로가 등장한다. 반쯤 감긴 눈, 고른 치아 사이로 흘리는 미소, 그 섹시한 표정에 액센트를 찍는 왼쪽 뺨의 까만 점. 먼로만의 브랜드 이미지이다. 그런데 가만 들여다보면 까만 점이 벤츠의 로고로 바꿔 치기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하단엔 작은 글씨의 카피로 글래머(Glamour)라고 적혀 있다.
그렇다. 벤츠는 마릴린 먼로처럼 글래머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마릴린 먼로를 품에 안고 싶듯 꼭 한 번 소유하고 싶은 승용차다.
별다른 설명 없이 로고 하나에 힘을 집약시킨 이 광고는 재미있으면서도 당당하다. 벤츠정도의 브랜드 파워가 있기에 베짱을 부릴 수 있는 광고이기도 하다.
일련의 시리즈로 집행되고 있는 이 광고는 나비의 날개 무늬나 조깅화의 밑창 무늬를 벤츠 로고로 형상화하여 아름다움(Beauty)과 속도(Speed)란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마치 숨은 그림 찾기 게임으로 초대하듯 보는 이를 끌어당긴다.
벤츠의 심플한 로고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주술에 걸리듯 빨려 들어간다. 그 로고엔 벤츠의 품질과 이미지 등 오랜 기간 벤츠가 축적해온 자산이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눈길을 돌려야 할 것은 하나의 파워 브랜드가 좋은 자산을 갖기 위해 쌓아온 수십년간의 마케팅 활동이다.
자산은 하루 아침에 쌓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며, 혹 어렵게 쌓은 좋은 이미지도 한순간의 실수로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홍 탁(제일기획·카피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