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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시즌]현대 투타 조직력의 승리

입력 | 2000-11-07 22:42:00


감독은 자기중심의 야구를 한다. 투수나 포수 출신의 감독은 마운드 운영의 묘가 뛰어나고 야수출신 사령탑은 작전에 강하다.

역대 최고의 유격수로 꼽히는 현대 김재박감독은 현역시절 여우 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야구센스가 뛰어났던 야수. 때문에 그의 야구는 상황판단이 빠르다.적재적소에 선수를 배치하고 수시로 작전구사를 즐기는 스타일. 보통 감독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을 5%라고 보면 김감독은 10% 이상이다.

하지만 야구는 선수가 한다. 감독의 의도대로 따라주는 선수들이 있어야 경기력이 발휘된다. 모두가 홈런타자가 되거나 모두가 승리투수가 될 순 없는 것. 주연만으로 영화가 이뤄질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각 선수가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파악해야 바퀴가 제대로 굴러간다.

김감독은 선수 한명 한명이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알고 충실히 수행한 게 승리의 비결 이라고 밝혔다.

진흙속에서 건진 보석 퀸란과 박진만은 3루와 유격수로 이어지는 핫코너 를 잘 지키며 올시즌 내내 수비에서 큰 몫을 해냈다. 베테랑 전준호와 이명수는 벤치를 들락거리면서도 교체멤버로 소임을 다했다. 다승왕을 차지한 정민태-임선동-김수경의 뒤엔 승리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준 중간계투요원 조웅천이 있었다.

절묘한 조직력을 갖춘 현대는 정규시즌 최다승(91승)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명실공히 국내 프로야구 정상에 올랐다. 한두명의 스타에 의존하지 않은 ‘25명의 힘’이었다.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