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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상탈출]정동진 무박2일코스'짧은 여정 긴 여운'

입력 | 2000-11-08 18:58:00


‘주 5일제 근무’소식에 눈과 귀가 동시에 번쩍 뜨인 사람들. 한 달에 최소 8일을 ‘공식적’ ‘의무적’으로 쉴 수 있다니….

가끔 토요일 저녁이면 집 근처 화정역 부근 로데오거리(경기 고양시 덕양구)에 나가 함께 저녁식사도 하고 노래방도 가는 최재희씨(39·변리사·한가람특허)의 이웃사촌 네 가족.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며 어깨동무가 된 아이들 덕분에 알게 돼 가까이 지낸 지 2년째다.

주말에 한 잔하고 헤어지는 길이면 “우리도 정동진 한 번 가보자”며 해맞이 가족여행을 타령 부르듯 읊은 지 오래. 그러나 주말 고속도로 체증, 왕복 8시간의 운전, 비용 등이 만만치 않아 미루기만 했다. 그러다가 신문에 실린 ‘무박 2일 정동진 버스여행’ 안내를 보고 지난 주 동해안으로 원족(遠足)을 갔다. 아이들과 함께 다섯 가족(19명)이 모두….

토요일 오후. 관광버스(45인승)가 출발한 곳은 서울 세종문화회관 뒤. 정동진(강원 강릉시)까지는 4시간 거리지만 해돋이까지 6시간은 버스안에서 보낸다. 새우잠 자는 고단함도 없지 않으나 해맞이에 대한 기대감 덕택에 견딜만 하다. “집 떠나면 고생인데…. 고생없이 감동 있겠나.”

새벽 5시반 정동진 해변은 수천명 인파로 붐빈다. 충청 전라 경상도 말씨가 들려온다. 이날 일출시각은 6시54분. 해맞이 포인트로는 해변 오른편의 갯바위쪽이 좋다. 30대에 시속 30㎞였던 세월의 속도는 40대에 시속 40㎞가 된 느낌이다.

오전 7시15분. 버스는 동해시를 향해 떠났다. 해변 가장자리로 철길과 동해고속도로(강릉―동해)가 사이좋게 나란히 달리는 이 길. 두타산으로 접어드는 길. 가지가 찢어지도록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주황색 감들. 감나무처럼 ‘자식 봉양’에 평생 허리펼 날 없었던 부모님, 뉘라 다를까. 또래끼리 앉아 재잘대는 아이들과 가지 처진 감나무를 번갈아 보며 노고의 대물림을 생각한다.

버섯 도라지 등 산채로만 식사를 내는 두타산 무릉계곡 식당의 맛깔스러운 아침식사를 마치고 트레킹에 나서니 오전 9시다. 차안에만 갇혀 지낸 탓에 조급증을 내던 아이들은 밥 한그릇을 훌쩍 비우더니 잰 걸음으로 산을 타기 시작했다. 산은 커녕 평지의 맨 땅조차 밟아 볼 기회가 많지 않았던 아파트촌 아이들인지라 내심 걱정했는데 살펴 보니 천만의 말씀이다.

무릉계곡은 두타산 청옥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줄기 아래 놓인 장장 14㎞의 심산유곡. 지난 봄 동해를 휩쓴 산불화마도 비켜 간 영산의 계곡이다. 트레킹 코스는 매표소∼반석바위∼삼화사∼쌍폭∼용추폭포의 3.1㎞. 쉬엄쉬엄 가도 2시간이면 충분. 초입의 무릉반석은 수백명이 앉을 만큼 넓다. 무릉도원을 닮은 선경에 취해 양사언(楊士彦·1517∼1584) 같은 조선의 서예 문필가들이 앞다투어 예서 시 짓고 글을 써 반석에 남겨 두었다. 두 계곡이 만나는 곳에 나란히 걸린 쌍폭, 조금 위쪽의 용추폭포는 무릉계곡의 백미다.

오전 11시. 버스는 오지땅 정선, 거기서도 외딴 부수베리 계곡의 ‘첼리스트 된장마을’(임계면 가목리)로 향했다. 동해에서 정선으로 가는 길. 백두대간의 백복령을 넘는다. 고개 오른편에 처참하게 훼손된 자병산이 보인다.

첼리스트 된장마을의 하이라이트는 장독 1500개가 놓인 장독마당에서 장독 뚜껑을 접시삼아 먹는 산골식 야외뷔페. 배춧잎으로 싸먹는 된장쌈, 무짠지 시래기된장무침 산채 등 10여가지 맛깔스러운 산골 반찬에 된장찌개를 곁들인 점심참.

마지막 코스는 정선선(구절리∼정선) ‘꼬마열차’ 타기. 일행을 종착지인 구절리역에 내려두고 버스는 정선역으로 먼저 떠났다. 간이역에 객차 두 칸만 매단 기관차가 들어온다. 정선역까지 아우라지로 흘러드는 송천을 따라 달린다. 기차 소음, 시골풍경은 어릴 적 시골 외갓집 갈 때 지나던 길 같다.

5일마다 열리는 정선 장날(숫자 2,7이 들어가는 날). 장터는 오후 4시가 넘었건만 파장 분위기는 아니다.

순한 막걸리 한 잔을 들이키고 잘게 썬 김치를 쌈해서 먹는 메밀부침개(한 장에 500원)은 장터의 명물이다. ‘500원 동전가치가 아직도 살아 있는 곳은 여기뿐’이란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장에서 산 족발에 소줏잔을 기울이며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로 소일하며 돌아오는 길의 버스안. 밤 11시에야 출발지로 돌아왔다. 이튿날 ‘강평’에서 반응은 “또 가자!”

◇무박 2일 주말여행코스 베스트 5

상품명

코스

가격(원)

답사단체

전화(02)

정동진 된장마을

정동진 해맞이∼두타산 무릉계곡 트레킹∼첼리스트 된장마을∼정선선 두칸 꼬마열차

4만8000

승우여행사

720-8311

배타고 산으로

낙산사해맞이∼소양호뱃길여행(쾌룡호탑승)∼오색약수 주전골 트레킹∼경춘선 열차여행

5만3000

해금강과 외도

거제 학동 몽돌해변∼해금강 선상유람∼외도 해상농원

5만9000

우리섬

여행클럽

756-7066

송광사와 소록도

송광사(순천) 새벽예불(아침공양)∼외나로도∼소록도

6만

터사랑

725-1284

남도기행

땅끝(해남) 해돋이∼보길도 청별리항∼예송리 해변∼달마산 미황사∼영랑 생가(강진)

6만

옛돌

2266-1233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