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실시된 미국 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 양원은 물론 주지사 선거까지 석권함으로써 다음 의회선거가 있는 2002년까지 의회와 주정부를 장악하게 됐다. 공화당은 94년 실시된 의회선거 이후 연거푸 4번을 승리, 무려 8년 동안 다수당의 지위를 누리게 됐다. 전체 100석 가운데 3분의 1(34명)을 뽑는 임기 6년의 상원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현 의석(46석)에서 2석을 늘렸으나 2석이 모자라 분패했다. 의원 전원(435명)을 다시 뽑은 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은 현 의석 구도(공화 223, 민주 210)를 바꾸는 데 실패했다.
대선에 밀려 관심도는 떨어졌지만 미국의 정치 구조상 의회 선거의 중요성은 대선 못지 않다. 막강한 대통령의 권한에도 불구하고 삼권분립이 철저한 미국에서는 의회를 장악하지 못하면 대통령의 의도대로 정국을 운영할 수 없다.
그런데도 미 유권자들은 전통적으로 야당을 의회 다수당으로 만들어 행정부와 교묘하게 ‘견제와 균형’을 이루게 해왔다. 92년 민주당의 빌 클린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도 민주당은 양원을 독차지했다. 그러나 2년 뒤인 94년 실시된 의회선거에서 유권자들은 공화당을 선택했다.
이때부터 클린턴 행정부의 ‘시련’이 시작됐다. 94년 클린턴 정부는 북한과 제네바 협상을 타결, 경수로 원자로 2기 지원 등의 대가로 북한의 핵 투명성을 확보하려 했다. 하지만 공화당 의회는 행정부의 대북 지원 움직임에 발목을 잡았다. 의료개혁법 등 클린턴 행정부가 추진한 일련의 개혁법안도 줄줄이 의회의 문턱에서 걸리곤 했다.
이 때문에 집권 민주당은 2년마다 돌아오는 선거 때마다 총력을 기울여 조금씩 의석을 늘려왔다. 그러나 번번이 유권자의 견제심리에 밀려 판세를 뒤엎지는 못했다.
이번 대선은 워낙 호각세로 치러져 유권자의 견제심리가 발동할 여지가 없었다는 게 현지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현직 프리미엄’이 다른 때보다 힘을 발휘했고, 선거의 최대 쟁점이던 세금 감면 문제에서도 유권자들은 공화당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10년간 지속된 호황으로 축적된 국부(國富)를 토대로 감세정책을 제시했다. 반면 민주당은 세금을 감면하기보다는 사회복지를 늘린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유권자들은 당장 가계에 보탬이 되는 감세 정책을 선호한 것 같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한편 총 50개주 가운데 11개주를 대상으로 실시된 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은 기존의석보다 1석이 줄어든 29개주를, 민주당은 1석이 늘어난 19개주를 차지했다.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