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에서 투표가 한창일 때 인디애나주 등 동부와 남부에서는 개표가 시작되고 출구조사 결과와 중간득표 상황까지 공개되면서 올해도 투개표 시간차로 인한 투표행위 영향 논쟁이 뜨겁게 재연됐다.
애초 주요 언론사는 정확성과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동부지역보다 세시간이 늦은 서부지역의 투표가 끝날 때까지 출구조사 결과 등 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공표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7일 오후 6시 가장 먼저 투표가 끝난 인디애나주와 켄터키주 등의 출구조사 결과가 방송과 인터넷 사이트로 전파됐다.
특히 드러지리포트의 인터넷 웹사이트는 이날 방송사들보다 무려 5시간이나 앞서 뉴욕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승리를 선언했다. 230만명 이상의 네티즌들이 이 사이트에 쇄도, 접속불능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뉴스전문 케이블 폭스뉴스채널의 마티 라이언 정치담당 총프로듀서는 “보도기관이 뉴스를 보류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슬레이트의 편집장인 마이클 킨슬리도 “이미 당락이 결정됐기 때문에 투표하지 않겠다면 그건 투표자의 권리”라며 동부의 개표결과 조기공개로 서부의 투표율이 낮아진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앞서 1980년 대선때도 캘리포니아주에서 투표가 진행중일 때 방송사들이 로널드 레이건 공화당후보가 이겼다고 보도,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은 이내 패배를 시인한 바 있다.
캘리포니아 선거관계자들은 조기 당선보도로 투표율이 당초 예상보다 2% 떨어졌으며 일부 연방의회 선거 판세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84년 레이건, 88년 조지 부시(부시후보 아버지), 92년과 96년 빌 클린턴도 동부시간으로 오후 7∼11시(서부시간 오후 4∼8시로 투표진행중)경 당선사실이 언론기관에서 발표됐다.
미 선거에서 대표적 당선오보 사례는 1948년 시카고 일간지 트리뷴이 투표가 일찍 끝난 일부 지역의 초반 개표결과만을 토대로 ‘듀이가 트루먼을 꺾다’(실제로는 트루먼이 재선됨)라고 보도한 것을 들 수 있다.
대륙국가인 미국에 시차가 존재하고 조금이라도 먼저 알리려는 보도기관의 속성이 변하지 않는 한 투개표 시간차 영향 논란은 선거때마다 되풀이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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