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니 크래비츠'라는 뮤지션의 음악을 처음 만난 건 지난 96년 '패닉'의 승용차에서였다.
'패닉'의 리더 이적이 요즘 즐겨듣는 노래라며 소개해 준 노래는 레니가 91년 발표한 'It Ain't Over 'Til It's Over'였다. 그 사운드는 한 마디로 충격 그 자체였다. 오케스트라와 소울적인 느낌의 기타 연주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는 노래였다.
그 후 기자는 이 흑인 록 뮤지션의 팬이 되었다. 록과 솔(Soul) 음악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블루스 테크노까지 아우르는 음악 세계는 한 마디로 '퓨전적'이었다. 게다가 그는 작사 작곡 프로듀싱은 물론 연주까지 도맡는 '원 맨 밴드'다.
98년 5집 발매 이후 2년여 공백 끝에 그가 최근 '그레이티스트 히트' 앨범(EMI)을 공개했다. 90년대 초반 보여주었던 현란한 사운드의 결과물이랄 수 있는 이 음반은 11년 동안의 레니가 선보였던 활동을 총정리한 작품으로 대중적인 성공과 음악적인 완성도를 모두 갖췄다.
가장 눈의 띄는 노래는 신곡 'Again'. 데뷔 시절의 재기발랄했던 사운드로 회귀하려는듯 사운드는 복고적인 록 음악이다. 발라드곡이지만 산뜻하고 경쾌하다.
그의 데뷔작 'Let Love Rule'(89)이 호소력 짙은 레니의 가창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곡이라면 5집에 수록한 'Black Velveteen'(98)은 엠비언트류의 테크노 장르를 도입해 미래적인 록 사운드를 선보인다.
지미 헨드릭스의 사이키델릭 연주를 연상시키는 'Are You Gonna Go My Way'(89)나 존 레넌의 'Woman' 같은, 분위기가 묵직한 피아노 반주가 돋보이는 'Stand By My Woman'은 레니의 탁월한 감수성을 감지할 수 있는 곡이다.
2집 'It Ain't Over 'Til It's Over' 이후 선보인 'I Belong To You'나 'Fly Away'는 대중성보다 음악적인 실험에 치중한 곡이라 할 수 있다. 99년 화제작 '오스틴 파워'의 삽입곡 'American Woman'도 레니의 독특한 음악세계를 만날 수 있는 록 넘버다.
황태훈 beetlez@donga.com
♬ 노래듣기
- Are you gonna go my way
- It ain't over 'til it's o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