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라이벌은 허재.”
프로농구 SK 나이츠의 ‘수비귀신’ 로데릭 하니발(28·1m93)이 지난해 한국땅을 밟으며 처음 한 말이다.
2시즌 째 한국에서 뛰는 하니발은 그래서인지 다른 팀과의 경기와는 달리 삼보전에는 무슨 챔피언결정전을 하듯 혼신의 힘을 쏟는다.
자신에게 찰거머리처럼 달라붙는 하니발을 허재는 어떻게 생각할까. 한마디로 “뭐 이런 친구가 있어”라며 황당하다는 반응. 2월 원주에서 벌어진 4라운드 경기 때는 하니발에게 눈을 찔린 허재가 팔꿈치로 하니발의 얼굴을 밀쳐 한바탕 난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허재가 흥분하는 바람에 승리는 SK.
올 시즌 둘이 처음 맞붙은 8일 경기에서도 하니발의 거친 수비에 화가 난 허재는 두 차례나 주먹을 들었다가 놓았다. 그러나 하니발이 오히려 흥분해 펄펄 뛰다가 다 이긴 경기를 놓쳤다.
스스로 허재를 천적으로 여기고 있는 하니발과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라이벌이 된 허재, 승자는 누가 될까. 팬들은 재미있다는 표정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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