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결과를 가려 줄 플로리다주의 재검표와 부재자표 개표가 진행된 8일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는 각기 기자회견을 갖고 승리를 장담했다.
▽부시 후보 진영〓8일 새벽 ‘당선 확정’ 소식에 한껏 기분을 내며 승리 자축 행사를 가지려다 재검표 실시 소식에 행사를 중단한 부시 후보는 이날 아침 러닝메이트인 딕 체니 전국방장관과 함께 텍사스주 오스틴시의 주지사 저택에서 1시간여동안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여유 있는 표정으로 “우리 승리가 확실한 것 같다”며 “대통령이 되면 고어 지지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부시 후보 진영은 재검표 실시 소식에 한때 주춤했으나 재검표 상황이 부시 후보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소식에 다시 밝은 분위기로 변했다. 이에 따라 부시 후보 진영은 금명간 당선 선포를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부시 측근들은 플로리다 재검표를 ‘스릴있는 롤러 코스터’ 놀이에 비유하면서 “우리가 리드하는 상황은 바뀌지 않을 것이며 차기 대통령 선포는 시간 문제”라고 주장했다.
앨리 플라이셔 선거운동본부 대변인은 “부시 후보가 재검표 결과 2000표 가까이 앞서 있으며 남아 있는 부재자표 개표 결과도 공화당 지지표가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부시 후보의 당선을 확신했다.
오스틴 시내의 한 호텔에 마련된 부시 후보 선거본부는 이날 극소수 선거운동 관계자를 제외하고는 출입을 제한했다. 오전 한때 재검표 감시인으로 임명된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 부시 후보를 만나기 위해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고어 후보 진영〓재검표로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된 고어 후보는 8일 아침 테네시주 내슈빌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재검표는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뤄져야 한다”면서 “집계가 완료되면 유권자 투표와 선거인단 확보에서 모두 승리해 차기 대통령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역설했다.
고어 후보는 유권자 투표에서는 이기고 선거인단 확보에서 밀려 낙선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재검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승복할 것”이라며 “부시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면 전폭적으로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고어 후보는 이날 짧은 회견을 마친 후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을 뒤로 하고 사라져 부시 후보의 여유있는 회견 모습과 대조를 이뤘다. 고어 후보는 기자회견을 끝낸 뒤 내슈빌 근교 센터힐 호수로 가서 머리를 식혔다.
고어 후보 진영은 재검표의 공정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플로리다주 일부 지역에서 제기되고 있는 부정투표 의혹에 관해서는 거리를 두고 있다.
윌리엄 데일리 선거대책본부장은 “부정선거 시비는 플로리다주 법이 해결할 문제”라면서 “어느 쪽으로든 성급한 결론을 내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재검표 소식이 전해지면서 새벽녘 내슈빌 전쟁기념광장에 모여든 7000여명의 고어 지지자들은 이날 아침 늦게까지 자리를 지키며 ‘끝까지 싸워라’ ‘우리에게 패배란 없다’는 등 구호를 외쳤다. 전쟁기념광장에서 승용차로 15분 거리인 고어 진영 선거본부에는 몇몇 관계자만 나와 재검표 결과를 보고 받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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