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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선택2000]공화당 '매파' 주목하라

입력 | 2000-11-09 19:12:00


미국 전문가인 고려대 함성득(咸成得·대통령학)교수는 지난달 방미중 공화당 인사들로부터 한국정부의 대북포용정책에 대한 비판의 소리를 여러차례 들었다.

이들은 “김대중대통령의 방북 때 북한핵과 미사일문제에 대해 확실한 답을 받았어야 했다”면서 “현 정부의 대북관이 너무 낭만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을 많이 했다는 것.

함교수는 9일 “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든 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다시 장악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공화당 강경파에 의해 우리의 대북 포용정책이 ‘시련의 계절’을 맞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공화당의 대북 강경파 3인방으로 꼽히는 벤저민 길먼 국제관계위원장, 크리스토퍼 콕스 정책위원장, 데니스 헤스터트 하원의장 등은 이번 선거에서 모두 재선됐다. 또 상원의 대표적 보수파인 제시 헬름스 외교위원장도 여전히 의석을 유지하고 있다.

하원에서 빌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을 강력히 비판해 온 대표적 인물이 길먼과 콕스의원. 지난해 10월 하원 청문회에서 길먼의원은 “미국의 대북정책은 실패했으며 미국의 원조가 야만적인 북한 정권을 지탱해주고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고 질타했다.

콕스의원도 이 자리에서 “클린턴은 북한에 대한 짝사랑에 빠져 있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 청문회에는 ‘페리 보고서’를 작성한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 등이 참석했다.

지난해 5월 중국의 핵스파이 스캔들을 폭로한 ‘콕스 보고서’를 공개해 미―중 관계를 긴장으로 몰아넣었던 콕스는 올 7월 “클린턴정부의 대북 유화노선은 ‘진짜 미친 정책(truly mad policy)’”이라는 정책견해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헬름스의원은 길먼의원과 함께 북한을 압박하는 각종 법안의 작성을 주도해 왔다. 지난해 5월과 7월 하원과 상원에 제출된 ‘북한위협 감축법안’도 이들이 중심이 됐다. 주내용은 △대북지원 중유의 전용 방지 △대북 식량지원 관련 모니터링 강화 △북의 탄도미사일 개발 중단 안되면 대북경제 제재 계속 등이었다.

전문가들은 “이 법안은 민주당의 반대로 회기내에 처리되지 못해 자동 폐기됐지만 공화당이 집권하면 다시 제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우리 정부 일각에서는 “부시후보가 당선돼 이들 ‘매파’들이 여당이 되면 오히려 강경자세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대북정책은 어차피 한미 공조의 토대 위에서 진행될 것이므로 지레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들 ‘매파’의 존재와 그들의 더 커진 목소리는 DJ정부의 집권 후반기 대북정책에 상당한 부담감이 될 것이라는 데에 이론은 없다.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