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뮤지컬계의 대표적인 안무가 8명이 ‘브로드웨이의 전설’을 만나기 위해 모였다.
22일 막이 오르는 뮤지컬 ‘올 댓 재즈(All That Jazz)’.
전설적인 뮤지컬 안무가이자 영화감독과 배우로도 활약하며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다간 밥 포시(Bob Fosse)를 위한 무대다.
6일 문화훈장을 받은 한익평(전 KBS예술단장)이 총 안무를 맡은 것을 비롯, 설도윤 이상호 서병구 김한기 이언경 주원성 오재익 등 ‘소문난 춤꾼’들이 안무에 참여했다.
뮤지컬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하지만 이들은 “보여주고 싶은 것은 춤과 이에 묻어나는 포시의 숨결”이라고 말한다. 포시와 그의 딸의 갈등이 다뤄지지만 1시간반의 공연시간 중 드라마는 15분정도에 불과하다.
안무가이자 제작사인 스타서치 대표인 설도윤은 “드라마는 줄거리에 익숙한 팬들을 위해 설정한 것일 뿐 큰 의미는 없다”면서 “이번 무대는 포시의 대표작들을 춤으로 엮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Big Spender’ ‘Rich Man’s Frug’ ‘Take off with us’ 등 포시의 뮤지컬 넘버들이 현란하면서도 끈적끈적하게 전해진다. 안무를 맡은 주원성 서병구 이상호가 직접 무대에도 오르며 양소민 임춘길 김희진 박준혁 등 35명의 무용수가 출연한다.
1987년 6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포시는 술 마약 여자 예술 등을 끊임없이 탐닉한 방탕아이자 다재다능한 아티스토로 알려져 있다. 특히 72년은 그 자신을 전설로 만든 한해였다. 그가 연출한 영화 ‘카바레’는 아카데미 감독상 등 8개 부문을 차지했다. 뮤지컬 ‘피핀’은 토니상(감독 안무)을, ‘Liza With a Z’은 TV 프로를 대상으로 하는 에미상(감독 안무 제작)을 점령했다.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그의 이름을 딴 뮤지컬 ‘포시’가 공연되고 있기도 하다.
한익평은 “등이 굽고 다리도 제대로 벌릴 수 없는 포시는 춤꾼의 세계에서 보면 ‘불구자’나 다름없지만 자신의 약점을 장점으로 변화시킨 천재”라며 “이번 무대에서 ‘카바레’ ‘시카고’ 등 히트 뮤지컬을 통해 팬들을 사로잡은, 섬세마면서도 끈적끈적한 ‘포시 스타일’의 춤을 되살리고 싶다”고 말했다. 노래와 춤 솜씨를 함께 보여줄 윤복희는 “한때 포시의 조연출이 내게 춤을 가르친 적이 있다”면서 “늦었지만 포시의 작품을 제대로 소개할 기회가 생겨 감회가 깊다”고 말했다.
12월6일까지 평일 8시 주말 3시 7시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2만∼4만원. 02―501―7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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