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 좋은 이유는 우리가 경험할 수 없는 세계를 간접경험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최고 좋다는 호텔, 관광지도 TV를 통해서 다 둘러보고 언감생심 넘보지도 못할 멋진 남자와의 뜨거운 사랑도 해본다. 현실에서 이뤄지지 못할 일이면 어떠하리? TV 속 세상은 정말로 흥미진진한데...
그렇지만 이 간접경험도 좋은 집에서 멋진 남자와 사랑하는 그런 "꿈같은" 간접경험만 있는 건 아니다. MBC 일일드라마 을 보자. 첨단정보화 시대라는 21세기에, 아랍 여자들도 결연히 남녀평등을 주장한다는 이 시대에 우린 난데없는 1부3처제를 경험하게 된다.
의 주인공은 가구공장 사장인 여재만(변희봉)의 별로 똘똘하지 못한 네 아들들이다. 제목으로 미루어 네 아들들이 평강공주와 만나 사랑하고 지지고 볶는 내용인가 보다 싶은데 정작 눈길을 끄는 건 나이 60에 본부인(홧병으로 죽었다고 함), 우아한 첩 영숙이(최명길), 젊고 싱싱한 첩 혜경이(나경미)를 거느린(?) 여재만 사장님이다.
참, 대단하신 양반이다. 속물스럽게 "싸장님, 뭘 잡수시길래 그 나이에..."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나이를 초월한 정력보다 더 대단한 건 다 큰 아들들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버티고 있는데 아들보다 젊은 비서랑 눈이 맞아 아들까지 낳아버리는 그 뻔뻔함이다. "어린 것이 무슨 죄냐", "사랑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 암만 주억거려도 여사장이 나이 60에 본 늦둥이를 안고 "아빠 해봐라"하는 장면에선 짜증부터 난다.
돈 많고 전처가 죽었으면 맘대로 저러고 살아도 되냐! 우리는 왜 30대 첩과 20대 첩을 자유롭게 오가는 남자를 일주일이면 꼬박 다섯 번을(토요일의 재방까지 합하면 여섯 번을) 봐야만 하는 건가? 찬밥이 될 위기에 처한 우아한 30대 첩은 여사장의 아들에게 "너희들처럼 돈많은 부모 못 만나서 첩 됐다!"고 소리치는데 돈 없는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제대로 결혼해 사는 수많은 여자들이 코웃음칠 일이다. 여사장의 사업이 쫄딱 망한다니 콩가루 집안의 최후는 역시 비극이라는 걸로 위안을 삼아야 하나?
드라마가 모두 처럼 교훈적이고 따뜻한 내용만 다룬다면 그것도 미칠 노릇이겠지만 매일 저녁 8시 25분이면 콩가루 집안 무너지는 꼴을 봐야하는 것도 돌아버릴 일이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기치 아래 온가족이 모여 을 보며 "우리 집은 저 짝은 아니니 다행이다..."며 의기투합하라는 건지... TV로 세상을 배우는 주부는 를 보며 "내, 우리 집안을 저 꼴로 만들지는 않으리라!" 매일 다짐하고 결심한다.
조수영 sudatv@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