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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현장21] 롯데호텔, 성희롱 관련자 징계 흐지부지

입력 | 2000-11-14 11:45:00


롯데호텔의 성희롱 관련자에 대한 징계문제가 노동부의 징계시한인 13일을 넘기면서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14일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노동부로부터 관련자 32명에 대한 징계지시를 받은 롯데호텔측은 징계 시한인 13일까지 징계를 하지 않고 서울지방 노동청에 연기요청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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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대상자들과 동아닷컴의 통화내용 전문

서울지방 노동청 관계자는 "롯데호텔측이 ▲징계해야할 사람이 많고 ▲대다수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피해자 확인조사가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징계완료 시한연기를 요청했다"면서 "1개월 이내의 기한연장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회사 나름의 인사규정을 고려해 다소간의 시간적 여유를 줄 수 있지만, 적절한 조사와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재 남녀고용평등법(99년 2월 8일 개정)에는 '성희롱을 한 자에 대한 징계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 3백만원이하의 과태료부과(제23조의2 제1항)'이외에는 여타의 처벌조항이 없다.

따라서 롯데호텔측은 32명 전체에 대한 과태료 300만원만 납부하면 징계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앞으로 1개월 안에 징계를 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이로써 지난 7월부터 제기된 롯데호텔의 성희롱사건은 '정부(노동부)와 롯데호텔의 문제'에서 다시 '회사측과 노조측의 문제'로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조사를 벌이고 있는 호텔측 관계자는 "가해자 중 고위 간부도 있고, 법적인 구속력도 없는 상태에서 소환이 아닌 방문조사를 하고 있다"면서 "32명 전체에 대한 조사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으며,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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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박정자(롯데호텔노조 성희롱대책위원회)위원장은 "조사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한달동안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시간만 끌고 있다"며 회사측의 태도를 비난했다.

한편 롯데호텔측의 징계시한 연기에 대한 여성·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최영애(한국성폭력 상담소)소장은 "롯데호텔 성희롱 문제가 조속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회사측에 촉구할 것"이라며 "여러 여성단체들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전국여성노동조합연맹 서울지역여성노조도 13일 회의를 갖고 롯데호텔 성희롱관련자에 대한 징계촉구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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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건일/동아닷컴 기자 gaegoo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