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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내친구]산악자전거에 푹 빠진 곽 현씨

입력 | 2000-11-14 18:38:00


그냥 걷는 것만으로는 감질이라도 났나 보다.

자전거로 누비는 산행은 ‘별난’ 느낌이다. SK텔레콤 비즈니스 마케팅본부 곽현씨(27). 그녀는 ‘못말리는’ 산악자전거(MTB) 마니아다. 주말이면 아김없이 서울 근교의 산기슭을 누비며 힘차게 페달을 돌리고 있다. 휴일인 12일에도 남한산성을 일주하는 코스를 돌았다. 서울 양재동에서 출발해 성남→남한산성→하남을 거쳐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50㎞ 가까운 거리를 주파하는데 7시간 정도가 걸렸다.

산길 곳곳에 나뭇가지가 있어 애를 먹었지만 깊어 가는 늦가을의 정취를 맛보며 힘든 줄도 몰랐다. 내리막 경사에서 중심을 잃고 쓰러지기도 했지만 수북히 쌓인 낙엽 위로 떨어져 아픈 줄도 몰랐고 마냥 신나기만 했다.

곽현씨가 MTB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8월. 어릴 적부터 자전거 타기를 워낙 좋아했던 그녀는 PC통신 넷츠고의 동호회인 ‘체인지’를 통해 본격 입문했다.

“처음 탔을 때는 며칠 동안 온몸이 쑤셔 제대로 걷지도 못했어요.” 운동이라면 뭐든 자신 있던 그녀도 한동안 몸살 깨나 앓았다. 동호회 활동만으로 부족하다고 느꼈던지 1주일 한번은 퇴근 후 ‘야반 레이스’로 실력을 길렀다. 야광복 차림으로 서울 역촌동 집에서 일산까지 왕복 30∼40㎞를 꾸준히 달린 것. 올 8월에는 최고 권위의 코랙스배 MTB대회에도 출전해 여자 초급부에서 6위로 입상했을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1년 사이에 자전거를 3차례 바꾼 그녀가 현재 타는 ‘애마’는 9월에 350만원의 거금을 들여 장만한 ‘트렉’. 또 동호회 부시샵까지 맡아 억척스럽게 활동하고 있다.

“힘든 만큼 자기 만족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에요.” 그녀는 싱글 트랙이라고 불리는 좁은 산길을 달릴 때는 마치 다른 세상에 와있는 것 같은 기분을 맛본다. 경사도를 내려오는 다운힐에서 최고시속이 60㎞에 이르러 핸들을 버티기조차 힘들 정도지만 짜릿한 속도감을 맛볼 수 있다. 때론 위험도 따른다. 지난해 10월 강원도 한 야산의 비탈길에서 속도 제어를 못해 넘어져 헬맷이 완전히 깨지고 무릎에 심한 화상을 입어 고생했다. 집안에서는 당장 그만두라고 말렸지만 상처가 아문 뒤 또다시 페달을 돌렸다. MTB를 타면서 체중이 7㎏나 빠졌고 남보다 덜 지치는 건강도 유지할 수 있었다.

앞으로 그녀의 꿈은 여성 전용 MTB가게를 여는 것. 복장 헬맷 자전거 등 모든 장비가 남성 위주여서 처음 MTB를 접하는 여성들에게 불편한 점이 많다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