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플로리다주 팜 비치 카운티의 재해대책본부(EOC) 앞 주차장.
플로리다주 선거당국이 개표결과 보고시한으로 정한 14일 오후 5시(이하 현지시간)가 다가오면서 이 곳에는 팽팽한 긴장이 감돌았다. 이날 오후 4시가 조금 넘어 찰스 버튼 판사와 캐롤 로버츠 등 선거감독위원 3명이 건물 앞 임시연단에서 공개회의를 열었다.
이 곳에는 앨 고어 민주당 후보와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의 지지자들이 모여들어 "재개표를 원한다" "할만큼 했다" 며 맞고함을 질러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관련기사▼
[USA 선택2000]"팜비치는 지금 기자들 세상"
[USA 선택2000]루이스 판사 '솔로몬식 판결'
'부시팬' 해리스국무, 개표수용 재량권 가져
수십여대의 TV방송 카메라 조명을 받으며 연단에 오른 위원들은 보고시한을 준수키로 하고 지금까지의 재개표와 수작업 재검표 결과를 인증, 주당국에 통보하는 안을 의결하고 즉석에서 서명을 했다.
위원들 사이에 이날 오전부터 강행하려다 연기된 수작업 재검표 안건을 논의하면서 설전이 시작됐다.
부시진영의 변호사 마크 월라스는 "불법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법원의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 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출신의 로버츠 위원은 "불법인데도 강행을 하면 감옥에 가게 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감옥행을 택하겠다"고 맞섰다.
버튼 판사는 일부 지지자들이 구호를 외치자 "이것은 정치집회가 아니다. 그런 식으로 나오면 회의장소를 옮기겠다"고 따끔하게 경고했다.
결국 선거감독위는 법원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며 15일 오전 7시부터 수작업 재검표를 하기로 '양다리 걸치기식' 결정을 내린 뒤 회의를 마쳤다.
앞서 버튼 판사는 "어떤 결정을 내려도 한쪽의 반발을 살 수 밖에 없는 상황" 이라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날 팜 비치에서 벌어진 반전(反轉)에 반전을 거듭한 상황은 민주 공화 양당 지지자들을 일희일비하게 만들었다.
팜 비치 카운티의 한 관계자는 "수작업개표가 이뤄지면 민주당 텃밭인 이곳에서만 앨 고어후보의 표가 1,000표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며 "이 결과를 어떻게 수용할 지가 엄청난 정치적 결정" 이라고 말했다.
dklee@donga.com
dklee@donga.com